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 혜영이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

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멘트를 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 꼬마여자였어요..


이혜영: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 입니다.


고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고객 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객:1234-5678 이요...

  
이혜영: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객: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객: 제 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 주세요.


이혜영: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 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혜영: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는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네였기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했죠---


고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고객: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빠: 여보세요...


이혜영: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빠: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말야???--)


그 때부터 미안해 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고객: 엄마가 자꾸 혁이(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이였거든요)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혜영: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변경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 넣어 주셔도

가능합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이혜영: 죄송합니다... 확인 후 전화주십시요...


아빠: 고맙습니다.


이혜영: 아...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 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멘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였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니가 아빠 술마시는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보고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을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임에도 불과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엄마 더는 울지않으시길...

  
절대로 잊을 순 없는 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Posted by 빈블랭크

킬링타임
Posted by 빈블랭크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여자...>
여자 이야기

저는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지만...

그를 한때는 사랑했습니다.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러나 그는 저를 사랑하지 않았나 봅니다.아니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아 였기에 부모님의 사랑없이 외롭게 잘았죠.

그런 나에게 그는 정말 삶의 다른 의미로 다가왔죠.

저는 그를 너무 좋아하게 아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

어느샌가 그는 저의 전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너무나 행복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무엇이든 할수 있었죠...

그도 저를 사랑한다 하더군요...전 그를 위해선 무엇이던 햇죠

그게 유일한 저의 행복이자 기쁜이었으니..

그러나......

그렇게 행복하던 저에게...

저로선 ...도저히....감당할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너무나 힘든...

22살이 되던해 저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의식을 잃고 말았죠. 기억과 함께...

세상이 깜깜햇죠.

나중에 일어나 세상을 봤을때 너무 많이 달라 젓더군요.젤 먼저 그를 찾았죠..

하지만.....그는...없었어요..

누군가 그가 미국으로 떠낫다구 하더군요...

그리고 그는 다신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배신........

그렇게 사랑했던 그가 죽지도 않은 저를 그렇게 쉽게 버리다니

그렇게 전 그를 용서할순 없었죠...

저는 27살이 되던해 또다른 사랑을 했고 결혼도 했죠

그는 자상하구 모엇보다 절 이해해 주엇죠..고아인 저를...

저는 확신했죠 그는 절대 저를 기다릴수 있는 사람이라구...믿었죠..

지금 저는 행복해요..

물론 첫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또다른 사랑을 얻었으니까요..

전 평생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꺼에요.

그게 그에게 복수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남자>

남자 이야기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니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껍니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고 착한 영원을 간직한 그런 여자죠

그녀를 위해서라면 전 무엇이든 할 수가 있었죠..

그녀는 고아였죠.

부모없이 자라서 항상 외로움이 많았죠

하지만 자라서 항상 외로움이 많았죠.

그의 외로움의 자리에 제 큰사랑이 체워지고 있다구 믿었죠

제가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건 많지 않지만

그녀와 함께하며 행복하게 평생을 사랑하며 살거라 맹세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그녀에세..

불행이란 단어가 찾아왔죠..

교통사고...

그렇습니다 그녀는 제가 25살이 되던해 사고를 당했죠.

그녀는 소중한 두눈을 잃고 말았습니다.

저는 정말 살 자신이 없었죠. 그녀의 아파하는 모습이 더이상 볼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

저의 두눈을 그녀에게 세상을 다시 돌려주기로..

그녀는 의식 없는채로 수술을 받고..

이제 전 아무것두 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얼굴도...

그래서 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깨어난다면 그건 제가 더 힘든거란걸 알기에...

제가 그녀의 짐이 될순 없으니까요...

전 그녀를 사랑하기에 떠나야했죠..

이 사실을 비밀로한체 사람들에게 다짐을 받고.

저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영원히 그녀곁에 돌아 오지 않는다는 다짐과 함께..

그리고 .. 그녀가 결혼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복하길 빌었죠.

영원히 행복하길

지금 이순간도 전 그녀가 행복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Posted by 빈블랭크


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10

 


"다진씨 되시죠...?? 반가워요.. 딸애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른 시간.. 갑작스레 나를 찾아온 그녀의 어머니......


턱수염이 더부룩한 꾸질꾸질한 몰골의 나였음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싱긋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렇게 첫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녀가 저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혹시 나이 많은 꼬붕이라고 하지는 않던가여....??"


라고.. 말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아... 네에...... 안녕하세요........ '김다진'이라고 합니다..........(__) 꾸벅..."


일단 우리는 근처 커피샾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녀의 어머니는....

듣기 좋은 인사말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딸애를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셨다면서요...... 고마워요....

아직 철이 없는 애라 버릇이 조금 없을텐데........"

"버릇이 조금 없다녀.. 버릇이 아주 많이 없져.......-_-a"


"네......??"

"넝담이에여.. 넝담....... 하핫..........^-^;;"


간단한 인사말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얘기를 꺼내고자 하는지는...

쉬이 느낄 수가 있었다.....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셨으니 고마워요....'라는 말은.....

앞으론 그녀를 보살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어머니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을 했던 나였기에.......

우리는 커피샾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할 필요는 없었다.........


예상했듯이 말씀의 요지는 간단했다.......


"그녀와 내가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한단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녀의 새아버지는 노력했고...

그녀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열리고 있었건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금 그녀는...

자신의 새아버지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시점이...

나와 그녀가 만났던 시기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마음을 의지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의지할 공간이 생기자...

다시금 그녀의 새아버지를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하는 말씀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단코.....

그녀의 어머니가 단순히 '만나지 말라'라고 해서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날 때부터....

내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아껴주겠다고........."


그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러한 그녀에게 내가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를 알게 된 이 시점...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그런 유치찬란한 말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가 사랑을 했다라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나는 그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금 피해있는 것뿐이니........


남은 건.. 이제 그녀와 어떻게 헤어져야 하느냐의 문제였고....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군대'였다.....


물론.. 내가 정말로 군대에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대에 간다는 거짓말로...

자연스럽게 그녀를 떠날 기회를 잡겠다는 거였다.......

 


그로부터 몇일 뒤.....


나는 그녀를 .... 그녀와 함께..

그녀의 친아버님 산소를 다시금 찾아갔다......


그녀에게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 시점.....

그녀의 친아버님에게나마...

눈물어린 하소연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옆에 둔 체로.....

나는 잠시금 눈을 감아....

그녀의 친아버지에게 무언의 소리를 내 뱉었다.....


"따님 때문에 그동안 저 고생 많았어요.....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뻑하면 욕하질 않나...

어린것이 담배를 달라고 하질 않나....... 근데 이젠 그 고생..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저 이제 따님과 만나지 말아야 하는 거래요......

허전하지 않겠냐구여....?? 귀찮게 굴었던 애랑 만나지 않게 됐는데...

시원하면 시원하지 왜 허전하겠어요...... 근데 미안하네요...........

끝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었는데...... 끝까지 그녀의 향기를 맡고 싶었는데..........."


소리없이 떨어지는 비가 내 앞을 흐릿하게 하고........

감았던 두 눈을 살며시 떴을 때.....

그녀는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갑자기 울아빠 산소에 오자고 하질 않나....

청승맞게 혼자 눈물을 글썽이질 않나............."

"나...... 사실 너한테 고백할게 있어........"


"고백...?? 괜히 사람 겁나게 만드네.... 뭔데.....??"

"나.... 군대가............"


"군대.....???"

"웅........"


"너 시험 합격하면 장교로 간다고 그랬잖아....."

"그렇게 됐어......."


"군대 가면 가는거지.... 청승맞게 군대가는 것 땜에 눈물이나 짜냐....... 언제가는데......??"

"내일................."


".................."

"............."


"낼........ 몇.......시에.......... 가는.....데................."

"너.. 학교가야 하잖아....... 나 혼자 갈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녀였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결국 그녀는....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내게 함껏 소리쳐 왔다..........


"야이.. 시방새야..... 낼 군대가는데 이제야 나한테 말해주면 어떻하냣..........!!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거얏........!! 나쁜 X끼야... 내가 너한테 그 정도밖에 안되냣.......!!"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없이 울고 있던 그녀를.....

잠시금 바라 볼 수밖에는............


산소에서 내려온 우리는.....

서로의 손만을 꽉 잡은 체.. 그 어떤 말도 하질 않았고.........

다시금 서울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서서히.. 우리의 이별을 거짓말로 장식해야만 했다.....


"여기서.. 우리 헤어지자........"

"..........."


"누구나 다 가는 군대인데...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니......."

"편지 쓸 거지.....?? 휴가 나오면.. 나한테 곧장 전화 할거지..........??"


"..............."

"왜 아무 말 안해...........!!!"


"그래...... 그럴게............. 너....... 잠시만 안아봐도 될까.........??"


그녀는 내게 잠시금 자신의 몸을 맡겼고.......

나는 그런 그녀를....

살며시 안아 주었다.......


그녀의 머리 결 사이로 흐르는 좋은 향기가...

내 코를 적셔왔다.....


이제는 그러한 그녀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겠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를 아껴주겠다던...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으니......


내 품에 안긴 그녀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내게 말해왔다.......


"오빠..... 오빠.............. 가지마..."


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이별로......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다음 날 나는....

핸드폰을 정지시킨 체.......

그녀와 혹시라도 만날 수 없는 먼 고시원으로 이사를 갔다......


그녀는 기다리겠지.......


내가 보낼 편지와 내가 나올 휴가........

그리고 2004년....

내가 제대할 그 날을..........


자신이 힘들게 마음을 열었던 그 남자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체.. 떠나갔다는 것도 모르고......


잠시금 그녀를 피해있는 것뿐이라고...

그렇듯 내 자신을 위로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나는.. 내가 아끼던 그녀에게....

크나큰 죄를 지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훗날..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아니.... 언젠가는.. 아주 먼 언젠가는....

내가 그녀를 다시금 찾을 것이고...


그 때의 그녀가..

이런 나를 용서해주지 않기를 마음 깊이 바래본다.....

 


아직도 나는.. 그때의 내가 선택한 그 길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는 쉬이 판단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아껴주며.....

내 손길로..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더하곤 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없듯이.......

이미 나의 선택은 그렇듯 흘러갔고.....

그 선택의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녀의 상처가... 아물기를........."

 


그녀가 없는 아침에도...

새는 지적이고....

그녀가 없는 점심에도....

분주히 사람들은 돌아다니고....

그녀가 없는 저녁에도....

어둠은 서서히 세상을 가려왔다.....


이처럼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지만.....

내 곁에 그녀만이 없는 세상....

그것은... 내게는 너무나 텅빈 세상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어이 젊은 오빠... 담배 불 좀 빌립시다......."라는...

그녀가 서 있을 것만 같은데.....


서로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었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하지는 않으련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을까...


내가 그녀에게 삥 뜯겼던 것......

그것은...

담배도... 차비도..... 잠자리도 아닌.....


a true heart...

하나의 진실된 나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그녀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녀만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에.....


나는 그녀에게.....


감사드린다......

Posted by 빈블랭크


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9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걷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술에 취해 비틀대며...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러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아픔은 가지고 있고........


그 아픔을 묻어둔체....

자신의 삶을 힘겹게 걸어가곤 한다......


그 사람들의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외로움이 있기에.....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완벽하기만 하다면.. 내가 굳이 다가갈 이유가 없겠지만......

내가 그들에게 뭔가가 되어줄 수 있기에......

우습게도 나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고.....

그처럼 거칠어 보였던 그녀가....

전단지를 돌리는 할아버지를 돕는 모습에...('양아치 소녀 이야기'참고..)

나는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아픔을 내면 속에 담아두고 있었고...

결국 그것이 곪아...

그처럼 고왔던 그녀가.. 자신을 망가뜨리려 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그녀는...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그녀의 어머니나.. 새아버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녀의 아픔의 의미를 알았고.......


내가 그런 그녀에게 무엇인가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그녀에게... 감사 드린다.....

 


그녀의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고.......

그 사이 그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언제까지 그녀가 담배 피는 것을 보고만 있을거냐"고...

어느 분이 메일을 주셨는데.....

바로 그 담배를 그녀가 끊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친구에게 놀러갔던 날.....


나는 그 친구에게 그곳 편의점에 있는 담배를......

종류별로 한갑씩만 달라고 했다........


"야.... 담배 종류별로 한갑씩만 줘봐라........."

"왜 종류별로 하나씩 다 펴볼려구.......??"


"내가 '미식가'인지 아냐... 종류별로 담배 맛을 다 보게.....

쓸데가 있어서 그러니까... 얼릉 주기나 해..........."

"돈을 줘야지 주지......."


"옛다.... 여기 오백원 있으니까... 종류별로 다 주고 이백원만 거슬러 주라..........;;"

-_-


나는 대략 이십개나 되는 종류의 담배에....

일번에서 이십번까지 차례대로 번호를 붙였고......

각 담배마다 한 개피의 담배만을 남기고는 속을 비워버렸다.......


대신.. 속이 빈 담배각 안에는... 글을 남긴 작은 종이를 둘둘 말아...

각 담배마다 하나씩 집어넣었다.....


예를들어.. 내가 팔번이라고 번호를 붙인 '디스'라는 담배 안에는....

한 개피의 담배 하나와 작은 종이가 들어있고.......


그 종이에는...

"이 담배를 피면서.. 약속하세요.......

앞으로는 친구들하고 싸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요......."

라는... 글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녀가 열번째로 태우게 될...

십번의 담배에는....

"이 담배를 피면서.. 약속하세요.......

앞으로는 코걸이를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요........"라는 글이.......


그녀가 마지막에 태우게 될....

이십번의 담배에는.....

"이 담배를 피면서.. 약속하세요........

앞으로는 영원히 담배를 태우지 않을 거라는 것을요...."라는 글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것들을......

각 담배에다가 하나씩 글을 써서 집어넣었고.....


나는 그 이십 종류의 담배를......

"번호순대로 하루에 한갑씩만 피워라"고 하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그녀는.... 내 바램과는 달리.....

그 이십종류의 담배를 하루만에 다 피워버렸다........;;


그리고는 내게 말을 건네왔다.......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약속들을 해야 하는데.......??"


막상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녀와 연인이라도 된다면......

"널 사랑하니까......"라는 말을 해 줄 것이고.......

내가 그녀와 친한 친구 사이라면........

"너의 친구이니까......"라는 말을 해 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연인도.. 친구도 아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그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물쭈물하는 나의 모습에.....

오히려 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뭐라고 쉽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무 대답도 하질 못하는 나에게.. 뭔가가 많이 섭섭한 듯한 표정이랄까......


그녀 또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질 않더니....

잠시후 우리의 어색한 침묵을 깨뜨려왔다........


"그 약속들.. 내가 지키면.... 넌 나한테 뭐해 줄건데......??"

"뭐해 주면 지킬 건데.....??"


"음... 생각 좀 해 보자....... 음..... 음.......... 그래....!!!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을 때마다.. 나한테 뽀뽀해 주면 지킬게.......!!"

"그냥... 없었던 걸로 하자......-_-)/~~"


"십쌔... 도둑 뽀뽀는 종나 잘하더만..........."

-_-


신기한 것은... 그 날 이후.....


그녀는 더 이상 내게 담배를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고......

코걸이도 더 이상 하고 다니질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뽀뽀를 해 준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내가 일방적으로 부탁한 그러한 약속들을....

자기 나름대로 지켜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담배를 끊고....

더 이상 코걸이를 하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마치 그녀의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거칠고 반항적이기만 했던 그녀가.....

이제는 웃을지도 알고...

자신을 아낄 줄도 아는 그런 소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예전의 친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녀의 모습을 되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맑고.. 순수하고... 명량한 소녀로.....


그리고 나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나는 그녀의 연인도 친구도 아니지만.....

내가 그녀에게....

뭔가가 되어줄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그러나 나는.....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다......


내 나름대로 그녀를 아껴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아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날은... 내가 부산에 내려가야 하는 날이었다....


몇일 전.. 부산에 계신 삼촌으로부터 맞선을 보라는 전화를 받았고.....

감히 삼촌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던 나였기에.....

그날... 맞선을 보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게 된 것이다.......


부산에 내려가기 전날....

나는 그녀에게 먼저 그러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나.... 내일 부산 내려가니까..... 당분간은 고시원에 없을거야........."

"부산엔 갑자기 왜....??"


"삼촌이.. 조카며느리 삼고 싶은 여자있다고.. 나한테 맞선 보라고 하시더라구......."

"지금 너 맞선본다고 했냐.....!!!!!"


"응... 어쩔 수 없어..... 나한테는 아버지 같은 삼촌이라서...........

왜 내가 맞선안봐야대는  이유라도 있니.........??"


내 말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질 않았고.....

알 수 없는 침울한 표정으로....

"잘 갔다와......."라는 말만을 던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에겐 얘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내가 한참 잠에 빠져있을 때....(나는 한번 잠에 빠지면 날 봇삼해가도 모른다..)

그녀가 내 고시원 방에 몰래 침입을 해서.....

면도기로 내 눈썹을 밀어버렸던 것이었다.....;;


혹시 일주일 동안 밖에 나갈 일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눈썹을 함 밀어봐라...

정말... 참 -_-한 얼굴 된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가 맞선을 못보게 하기 위해...

내 눈썹을 밀어버렸던 것이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약간의 언질을 줘 보았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눈썹을 밀어버릴 수 있냐........??"

"왜 눈썹 없으니까 시원해 보이고 좋구만..........;;"


"그래도 이건 넘하잖아.........."

"넘하긴 뭐가 넘해.....!! 맞선 소리 한 번만 더해봐라....

그 때는 니 거시기 털도 확 밀어버릴테니.......!!"

-_-


그날 난.... 부산에 내려가는 대신 삼촌에게 전화를 드려야됐다.......


"삼촌... 저 부산 못 내려가게 됐어요...... 정말 죄송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내일 맞선 보는거 몰라.......??"


"그게 있잖아여..... 눈썹이 엄써 졌어여.......-_-a"

"눈썹이 없어지다니......??"


"그런게 있어여..... 어쨌든 죄송해여.........;;"


비록 맞선을  못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왜인지.... 오히려 그녀의 그런 행동에 기쁨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녀를 버스 정류장 앞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속된 말로.. 나는 수많은 것들을 그녀에게 삥 뜯겨왔다......

담배에서부터 차비.. 심지어는 잠자리까지.......


그러나 요즘... 내가 그녀에게 뜯기고 있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나는.. 부산에 내려가는 대신.....

그녀와 함께 놀이동산 야간 개장에 가기로 했다.....


하교시간에 맞춰....

그녀의 학교 앞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체....(눈썹을 가리기 위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학교에서 나왔고.........


그녀는 내가 부산에 내려가지 않은 것이 그리도 좋은지......

얼굴에 함박 웃음을 띈체 내 팔짱을 끼고는.....

근처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우리 옆으로 고급 승용차 하나가 멈춰서더니......

사십대 중반의 한 중우한 남자가 내려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남자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서서히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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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8

 


허리가 반쯤 구부러진 나무들을 곁에 두고....

고요한 숲의.. 그만에 독특한 향기를 내뿜는 그곳.....


그곳엔.. 사람의 손이 많이 탄 듯한....

작은 묘지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산에 오르던 처음부터..

그녀가 어떤 이의 무덤에 갈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었다....

양복을 입은 체 산에 올라가자고 하는데....

그걸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한 일이리라......


그러나 내가 정작 궁금해했던 건....

'과연 누구의 묘지'일까란 것이었다.....


내가 아는 그녀는... 부모님도 모두 살아 계셨고.....

그렇다고 딱히 형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럴 땐..... 어떠한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는.....

조심스레 내 스스로 느끼는 것이 현명하리라......

 


그녀는 무덤 가까이로 서서히 다가섰고.....

마치 자신의 방에 앉듯... 무덤 앞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무덤 앞에 앉은 체로.....

나는 그런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체로.......

우리는 잠시.. 고요한 공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고요함이.. 서서히 어색한 침묵의 시간으로 흘러갈 쯤....

그녀는 자신의 말로.. 조심히 침묵을 허물어 버렸다........


"얌마....... 너 인사 안 해.........??"


나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듯.....

가볍게 목만 살짝 굽혀 인사를 드렸다......


"아...안녕하세요............(__) 꾸벅.. " -_-

"야.....!! 너 죽을래.........!!!"


"인사하라메........ 목례했으면 됐지 뭐...................;;"

"여기 무덤 옆에... 니 묘 자리도 하나 더 만들어 줄까.........??"

-_-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른체......

나는 조심스럽게 내 몸을 굽혀 절을 올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행동이 끝났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주었다.......

 


이 무덤의 주인은..

이년전에 돌아가신 그녀의 친아버지라고 한다......


현재 그녀와 살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

단 일년 반만에 그녀의 어머니가 재혼을 하신 양아버지였고......


아직은 어린 그녀였기에.....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현실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매일같이 찾아왔던 곳이 여기였고....

이 곳에 올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의 새아버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나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도 아버지를 많이 따랐던 그녀였고.....

아버지 또한 그러한 자신의 딸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기에......

그녀로써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슬픔을 그렇듯 조심스럽게 꺼내준 뒤.....

그녀는 나를 옆에 둔 체......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얘기하듯...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아빠.... 어제 말했었지.......??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어제 말한 그 사람이야........

아빠처럼 멍청하고 바보 같고.... 지가 천사인줄 아는 사람.......

아빠처럼 느끼한 말투에.. 느끼한 구레나루도 가지고 있어.....

근데 있잖아... 내가 그런 아빠를 좋아했듯이... 나 이 사람도 싫지가 않아........

나.. 나중에 이 사람이랑 결혼 할까봐......

그럼 아빠가 살아있을 때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 같거든..."


그녀의 눈빛이.. 아침 잎새에 묻어있는 이슬처럼...

촉촉히 젖어들어 갈 때.....

나는 더 이상 그러한 그녀의 슬픔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지금의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을..

영원히 인간적으로 담아두고는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슬픔에.....

작은 조약돌 하나를 던져주었다........


"야......!! 누가 너랑 결혼한다구.........?? 아저씨.... 아니에요......

저 얘하고 결혼 안 할 거에요......."

"아니야...... 아빠......... 이 사람 나하고 결혼해야만 해..........

사실 어젯밤.... 나 얘하고 첫날밤도 보냈어........."


"야......!! 누가 너하고 첫날밤을 보냈다고 그래.......??"

"너... 어제 나랑 같이 잤어 안 잤어........??"


"야.... 우린 잠만 잤잖아.........."

"시발.. 남녀가 한 이불 속에서 잠만 잤다고 하면 누가 믿어주냐.......!!! 너... 원조교제했다

신고해주까.....??"

-_-


그렇듯 우리는.... 마치 그녀의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셋이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무 사이로 나와 그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내 귓가로는.... 나와 그녀의 단 둘만의 것이 아닌.........

무덤 안에서.. 한 사람의 웃음소리가 더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산에서 내려오며.....

그녀는 내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고마워........."

"뭐가.......??"


"그냥.........."

".............."


그녀도 들었던 것일까.......

그녀의 아버지의 웃음소리를...........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다시금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고......

서울에 거의 도착할 쯔음...

그녀는 내게 말해왔다.....


"나... 술 한잔 사죠......"

 


인테리어가 특이한.. 조용한 술집...


양 벽면에는 부엉이 모양의 시계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는 뱀 모양의 나무 줄기들이..

가지를 치듯 쭈욱 내려져 있었다...


그녀는 몇 분째 아무 말 없이 술잔만 거푸 비우고 있다....


슬프거나 괴로울 때 마시는 술은....

술이 아니라 자신의 슬픔과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는....

자기의 시간을 마시는 짓이라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녀의 그러한 행동을 굳이 말리고 싶지 않았다......


나를 대신해....

술이라도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소주병이 테이블 위에 하나씩 쌓여지고.....

결국 그녀는... 테이블 위에 조용히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아주 나즈막하게 내게 중얼거렸다........


"나.... 내일은 집에 들어 갈 거야........

더 이상..... 도망치기 싫거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조여왔다.......

밝은 웃음에.... 친구들과 즐거이 어울려야 하기도 부족한..

그런 그녀의 나이가 아닌가.....


또다시... 그녀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이 사회의 현실이 원망스러워졌다.....


자기 몸조차 쉬이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했던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체 뒤돌아 앉았다....


"업혀..... 집에 가자......."

"내가 애냐.....?? 너한테 업히게........ 됐어 걸어갈래............."


그녀는 테이블에 손을 얹고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결국은 중심을 잃은 체.... 넘어지고야 말았다..........


쿠~~웅~~~*


"그러게.... 업히라니까 그러네.........."


그제서야 그녀는 내 등에 업혔고......

자신이 술에 취했다는 것이 부끄러운 듯......

잠시금 변명의 소리를 해왔다.....


"나.... 술 취해서 너한테 업히는거 아냐..... 그냥 니 등짝이 종나 넓어 보여서 업히는 거
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너 술 안 취했어......... 더러운 세상에 취했을 뿐이지........"


"시발.... 또 느끼한 소리하네..... 오바이트 쏠리니까 그 딴 소리는 좀 집어쳐라..........."

"그래... 미안해....... 근데 있잖아......... 너 진짜 무겁다..........;;"


"너 죽을래.....?? 무겁긴 뭐가 무겁냐......

예전에 울 아빠가 나한테 '산소 같은 여자'라고 했단 말야........"

"푸캬캬캬...... 내가 쌀 두가마니도 들어 맸던 사람이야......

근데 내가 봤을 땐 니가 훨씬 무겁다.... 요즘 산소는 쌀 두가마니보다도 더 무겁나 보
지.....??" -_-


"아씨.. 나 내릴래........!!"

"알았어 알았어..... 너 산소만큼 가벼워...........;;"


술에 취한 그녀는 내가 업기에는 정말로 무거웠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정말로 무거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짊어진.. 그 아픔의 무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원룸에 다 도착할 무렵.......

어느새 그녀는... 내 등에 업힌체 잠에 빠져있었다.......


'소곤소곤' 내 지르는 그녀의 숨소리가...

내 귓가를 살며시 간지름 태울 때....

나는.. 내 목줄기 사이로 따스한 뭔가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군데군데 설치된 가로등이 우리를 밝혀주고....

밤하늘에 밝게 떠 있는 반달 또한...

우리를 살며시 밝혀주지만......


그 어떤 빛도.....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그리움만은... 밝혀줄 수 없었나 보다........


내 목줄기를 적시던 눈물과 함께.....

그녀는 작고도 조용한 중얼거림을 내 뱉었다......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다음 날 아침....

내가 눈을 뜨기 전에...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말처럼...

이제 그녀는 더이상 도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나를 만나고.. 나에게 마음을 의지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현실에.. 더욱더 도망치고 있음을.......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짧은.. 동거 아닌 동거생활은....

작은 추억만을 남긴체... 마치게 된다......

Posted by 빈블랭크


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7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굳이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던졌을 때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상대로 하여금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말...


그래.. 그건 어쩌면...

그녀가 나를 유혹하는 말일 수도 있고...

순수하게 말 그대로.. 홀로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는 내게 중요치 않다...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나는 그녀를 아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왜 그녀를 아껴주어야 하는지.....

그 이유 또한 나는 내 자신에게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보면.....


그 이유가 없어졌을 때는.. 더 이상...

그녀를 아껴주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녀를 아껴주는 것인지...

쉬이 그 방법을 알 길은 없으나......

이럴 때만큼은...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싶다.....


"나의 방법이 옳을 거라고.... 그리고 후회 없을 거라고....."

 


나는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녀의 옆에 조심스레 누웠다.....


침대가 싱글이라..-_-;;

우리는 그렇듯...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함께 누워버렸다.....


그러나 그날 밤....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요구대로.. 나는 그녀를 혼자 있게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어린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밝은 햇살이 내 눈을 비쳐오자....

나는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내 몸을 자극했지만.......

내가 거울을 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기사... 아무리 그녀가 어린 소녀일지라도....

그녀 또한 여자이고... 여자를 옆에 두고 아무 짓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으랴......


그러한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다.....


참 대단한 그녀...


아무리 자기보다 나이가 많을지라도...

나 또한 남자가 아닌가....

어떻게 그녀는 남자와 한 이불 속에 누워있는데......

저렇게 잠을 잘 수 있는지....


하기사.. 내가 그녀를 여자로 보았지 않듯이.....

그녀 또한 나를 남자로 보기야 하겠는가........


그치만... 왜인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지는 않지만.....

결국 이처럼 날밤을 꼴딱 새버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녀는 뭔가.........

이건 완전히 날....

남자로서 무시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내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예전에 한참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한선배가 술에 취해 이용하던 수면 장소는...

동아리 실이었다........

그 당시.. 여자 후배 한명이 잠에 취해 있던 선배 얼굴에.....

사정없이 낙서를 해 버린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선배....

수업이 늦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강의실로 뛰쳐 들어갔으니.....

강의실에 있던 수많은 학생들은....

선배 얼굴을 보고 경악을 해 버렸다......


내가 어떻게 알았으랴.....


후배가 선배의 이마에다가........

"섹할 여자 구함.. 01x-276-56xx"..라고 써 놨을 줄이야.......-_-;;


01x-276-56xx..

당연히 이 번호는 선배 핸폰 번호였었다.......;;


그때 이후로....

학과 여자 애들은 그 선배를 '왕따'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나는..... 그녀의 이마에다가......

"남자 친구 구함... 01x-9138-24xx" 라고 써 놓을 생각이다.......


수성 사인펜을 든 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조심스레 앉았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의 이마에 낙서를 해 나가려는 찰나........

나의 다음 행동은... 멈춰지고 말았다.......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건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녀의 얼굴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칠고 반항기만 가득하던 그녀의 얼굴이었건만.....

지금의 그녀는.....

순수하고도 고운... 쉬이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 어쩌면 지금의 그녀의 모습이......

열여덟살의 소녀가 가져야 할...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왜 그녀가 그토록 반항적이고 거칠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그렇게 만든 이 세상이...

잠시 원망스러워졌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낙서를 하는 대신......

그녀의 볼에.....

살며시 내 입술의 체취를 남기기로 했다.......


그 때의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지금의 나조차도 쉬이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던게 아닌가 싶다........


그녀가 확실히 잠을 자고 있는지......

한쪽 손으로 그녀의 눈앞을 휘저은 다음.......

나는 조심스럽고도 차분하게......

그녀의 볼에 잠시금 나의 입술을 대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나의 입술을 건너.. 뜨거운 내 심장에 느껴지는 듯 싶었다.....


그리곤.. 그녀를 깨웠다.........


"야.. 그만 일어나....... 학교 안 갈꺼야........??"

"후아암..... 쩌업.......... 몇신데..........??"


"벌써 7시가 다 되가잖어..... 그만 일나서 학교 가........."

"5분만 더.... 5분 후에 다시 깨워줘랑...... 알았징.......?"


"야.....!! 넌 어떻게 된 애가..... 남자랑 같이 누워있으면서도 그렇게 잠을 잘 수가 있
냐........??"

"(피식.....) 등X 새X....... 줘도 못 먹는 X끼가............."

-_-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몸을 돌려 다시 누웠고........

끝끝내 내가 포기치 않고 깨우자......

잠시 후...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어....... 교복 갈아입게 밖으로 나가있어........."


잠시금 자리를 피해준 뒤......

내가 다시금 방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가방을 지고 학교로 가려던 때...

잠시금 나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고.....

그때 난... 그녀의 눈 또한 붉게 충혈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푸하하하..... 그녀 또한..

사실은 밤새 한 숨도 못잤던 것이다..........


그녀가 학교에 등교한 뒤.....

나는 한동안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도... 아직은 풋내가 가시지 않은 여자였다는 사실이.......

그처럼 나를 유쾌하게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잠깐..... 그러면........


내가 아까 그녀의 볼에 뽀뽀할 때도.....

그녀가 깨어있었다는 거.......?? -_-a


숨겨야 할 것을 들켰다는.. 부끄러움이 다가오기도 했고.....

그녀가 왜 나의 그러한 행동에도....

끝까지 자는 척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오랫동안 떠나질 않았다...........

 


그녀가 등교한 뒤.....

그제서야 나는 잠자리에 제대로 들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수업시간에 졸다가....

선생님에게 종나 뚜드려 맞지 않았나 싶다.......;;

 


그날 저녁......


학교를 마치고 온 그녀는....

다짜고짜 내게 어디를 가자고 요구했다.......


"옷 입고 나와.... 갈데 있어..........."

"어디가게......?? 나 아직 졸리단 말야............"


"아이참.. 저섹 요즘 종나 개김성이 커졌단 말야... 야...!! 너 간만에 내 친구들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 놀러갈래...??"

-_-


옷을 대충 추려 입은 나는..... 그녀 앞에 잠시금 서 보았다......

어디를 가려는 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야....!! 너 그 옷 꼬라지가 뭐냐........ 양복 없어........??"

"왠.. 양복........?? 어딜가길래 양복을 입어야하는데..........."


"잔말말고.... 빨리 양복 입고 와.......!!!"


양복까지 입어라는 걸 보니.....

지금 갈 장소가 그리 심상치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나는... 그녀의 요구대로........

양복을 입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서......

어느 작은 산골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배하고 비행기는 안 탔다.......;;


왜인지 그녀의 얼굴이 편해 보이지가 않았다......

항상 반항적이고 거칠기는 했지만.... 얼굴엔 항상 자신감이 넘쳐있던 그녀였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세상의 우울함을 전부 홀로 떠 앉고 있는 듯 싶었다.........


버스를 타던 그 시간들 동안.....

그녀는 내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체........

조용히 창 밖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작은 산골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을 지나...

어느 울창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야..... 산에는 왜 가는데...........??"

"................."


"너... 너.... 혹시 날 생매장시키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


"야...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요즘 참 개김성이 많았던 것 같아.......

나 크게 뉘우치고 있으니까... 그냥 집에 가자...... 내가 잘못했어.........;;"

"나..... 농담할 기분 아냐........"


"나도 농담 아냐........-_-a"

"진짜 생매장 시켜버린다......!!!"


"사실 농담이야.........-_-;;"


그녀가 가려는 곳은 대체 어딜까.......


이 깊은 산을 여자의 몸으로 쉬이 오르는 걸 보니......

이곳의 지리가.....

그녀에게는 이미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듯 보였다.......


아마도..... 학교가 끝나고 매일같이 다녔던 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나의 궁금증은 더해 갔고........

드디어 그녀는....

산 중턱의 어느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Posted by 빈블랭크


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6

 


오래 전... 혼자 사는 누나집에..

얹혀 산 적이 있었다...


'좃도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동거질이야..."라는 식으로...

동네 주민들의 찡그린 눈살을 받기는 했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이 내 가슴을 억누르던 그 시절...

나에겐 정말로 잊혀질 수 없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동거'라는 두 단어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그리 좋은 이미지로 자리잡혀 있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에게 있어 동거는... 의지할 때 없던 서로에게...

마음적인 위로를 해 주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아직은 어린 네가.. 나로 인해 남자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라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여자친구를 아껴주었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


나는.. 아직도 어리기만 한 고등학생인 그녀를 상대로.....

'동거'라는 두 단어를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의 여자친구와 나누었던 '사랑'도.. '남녀'의 의미로서도 아닌...

서로에게 잠시간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의미가 더욱 크지 않을까 싶다...

 


전날 밤을 꼬박 지새웠던 나는...

아침이 다가오자..

그녀를 깨우기 위해 다시금 원룸의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라..

여전히 그녀는 고이 잠을 청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방문을 조심히 열었을 때....

나는 보아선안될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그녀는 속옷 차림으로.. 교복을 갈아입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앗.... 미안...... 헤헤.....^-^;;"

"십새야..... 빨리 문 안 닫앗......!!"


"뭐... 볼 것도 없구만...... 나 신경쓰지 말구 하던 일 마저해.....;;"

-_-


내가 요즘 개김성이 참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개김성은 곧장 내게 '화(禍)'로서 다가왔으니....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탁상용 시계를 내게 집어던진 거였다....


"휘리리릭~~*" <'' 시계 날라오는 소리...;;


어릴 적부터 유난히도 운동신경이 좋았던 나였기에....

나는 가볍게 몸을 피하며.....

날라오는 시계를.. 정확히도 내 이마로 막아주었다....


"퍼~~~억~~~*" ㅡ.ㅜ 흐흑...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벌써부터 학교 가려구......??"

"나.. 오늘 주번이야.... 일찍 가야해........"


"오올~~ 너가 그런 것도 신경 쓰냐.....??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켜켜..."

"너... 그거 아니......??"


"뭘.....??"

"다음에는 시계가 아니라.. 사시미 칼을 너한테 던질지도 모른다는 거...."

-_-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나가자... 근처에 해장국 잘하는 집 있어....."


사실 나는.. 그녀가 왜 가출을 한 것인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한번 생각해봐라...


고등학생인 여자애가 가출했다면서 재워달라고 하는데...

그 어떤 성인이 그러한 여고생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녀 또한.. 내가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대해....

우려하고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따라서 나는.... 그녀가 먼저 그러한 것에 대해....

내게 조금이나마 설명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는 그 시간동안에도.....

끝끝내 그 어떤 말도 해 주질 않았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먼저 그 궁금증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기다리고 싶었다.....


"언젠가.. 그녀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열 때까지....."


해장국집에서 나오면서...

나는 점심에 먹을 그녀의 도시락에 대해 잠시금 말을 건넸다....


"점심때 먹을 '도시락' 가지고 가야하는 거 아냐....?? 근처에 도시락 전문점 있으니까..

거기 잠깐 들렀다가자...."

"됐어.... 도시락은 무슨 도시락........."


"왜.... 그럼 점심은 어떻게 하려구.......??"

"울반 애들 도시락이.. 전부 내 도시락이야....."

-_-


가끔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던가에 대해....

깜빡깜빡 잊곤 하는 듯 싶다.....


나는 도시락을 대신해....

근처 약국에서 '쌍화탕'을 하나 사서 그녀에게 건넸다.....


"어제 비 많이 맞아서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이거라도 좀 마셔......"

"얌마....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라..... 지가 천사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늘 그렇듯이... 그녀는 나의 따스함을 항상 저런 말투로 회피하곤 했었다....

하지만 나는.... 저런 말을 하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던 그녀의 눈빛만은 놓치지 않고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내 차가운 머리보다는 뜨거운 심장이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등교를 해 버렸고....

나는 다시금 원룸으로 돌아왔다.......

 


원룸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금 걱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의 가출도 걱정스러웠지만...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옆방의 형 때문이었다.....


우리 원룸은 방음시설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아무리 그녀가 조용히 잠만 잔다고 할지언정....

옆방의 형만은 그 모든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나는 솔직하게...

지금의 내 상황을 옆방 형에게 자세히 털어놓기로 했다.....


"형... 사실은 말야 '이렇궁 저렇궁 해서 이렇게 된거거든.....'"

"그러니까.. 동열이 니 말은... '이렇궁 저렇궁 해서 이렇게 됐다는 거지....??'"


"웅... 그러니까 앞으로 몇 일간만 원룸 아주머니께는 좀 비밀로 해줘...."

"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뭐가 필요한데....??"

"한 달간 내 빨래 대신해주면... 고려해보지...... ^______^ 씨익..."


"시발....-_-a"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빨래하는 것이었다....


뭐 그것은.. 혼자 생활하는 모든 이들의 귀찮은 일거리 중에 하나 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유독 빨래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빨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게 나였다.....


하지만 옆방의 형은.. 나보다 더 빨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는.. 옷을 갈아입는 것을...

일년의 연중행사 때나 하는 일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러한 형의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나는 그 조건이 그렇게 힘든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빨래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팬티를 갈아입던 그 형이.....

하루에 한번씩 팬티를 갈아입는 것이었고...


삼일에 한번 꼴로 양말을 갈아 신던 사람이.....

매 시간마다 양말을 갈아 신어버렸던 것이다......;;


산더미 같은 그 형의 빨래거리를 보면서...

눈물을 찔끔거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덕에... 그녀가 원룸에 머물렀다는 것은...

영원한 비밀로 묻혀질 수 있었다......


지난밤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 나였기에....

형에게 비밀을 약속 받은 나는... 곧장 잠을 청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던 무렵.....


창 넘어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의 단잠은 쉽게 깨져 버리고 말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나는 잠시금 창을 열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업 끝난거야.....?? 후아암... 쩝......"

"아직도 자고 있냐......??"


"너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잤잖아....... 왜.. 방에 들어 올려구...? 방 비워주까....??"

"아냐..... 차비 달라고........"


"차비...?? 집에 들어가려구.......??"

"가출 하루만에 집에 가면 그게 가출이냐...!! 밤에 다시 올테니까.. 돈 점 줘......"


"어디 갈려구....??"

"시발... 니가 내 꼰대라도 되냐........?? 돈이나 줘.......!!"


가끔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학교가 끝나면 항상 어디엔가 다녀갔다가 집으로 향하는 듯 싶었고....

그곳이 어디인지는 항상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궁금증은... 결국은 다음 날이었던 내일....

그녀와 함께 그 곳을 다녀오게 됨으로써... 모든 것이 풀리긴 하지만.....

그녀에게 먼저 의문을 품지는 않겠다는 나였기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비'만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정이 다 되어가던 시간....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다시금 내 원룸으로 찾아왔다.....


"야...!! 문 열어........"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일단 나는.. 그녀를 원룸으로 조심스레 들였다....


"고등학생이 이 시간까지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냐...."

"너 자꾸 꼰대 같은 소리할래.....??"


"후훗...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나 오늘도 밖에서 자야돼......??"

"그럼 나하고 같이 잘래....?? 하기사 숙박비라도 대신해서.. 오늘 내가 한번 줄까.....??"

-_-


"됐네요.... 나는 신문에 원조교제로 내 이름 석자 올리고 싶지 않아.....;; 나갈 테니까..

일찍 자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살며시 문을 열어...

밖으로 내 몸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녀가...

문밖으로 나가려던 나의 한쪽 팔을 잡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다시금 그녀를 바라보았고....

나의 눈빛이 그녀에겐 부담이 되었는지.....

그녀는 얼굴을 반쯤 돌린체.... 잠시금 말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


"사람을 붙잡았으면.. 뭔 말이라도 해야 될거 아냐......... 왜.. 왜 그런데..............??"

"..............."


그녀는 너무도 그녀답지 않게...

나의 질문에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머뭇거리기만 했다......


나는 싱겁다는 듯이.. 그녀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내주고는......

다시금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는 나의 팔을 다시 한번 잡더니......

내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말은.... 나의 사고를 한동안 완전히 멈춰 놓아버리고 말았다.......


"나.... 나.........

오늘밤....... 혼자 있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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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5

 


사람과 사람이 친해진다는 것을.....

항상 나는.. 좋은 일인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 없는 사람의 삶은.... 감히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복감은 커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녀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점차 친해질 수 있었고.....

난 그것을 당연히 좋은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친해진다'는 것이....

그녀가 나를 삥 뜯는 것을......

그토록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지는 정말이지 몰랐었다.......


예전에는.... 그녀가 삥을 뜯어갈 때.......

'안돼요'라고 내가 거부를 하면.....


그녀는.... 땅에 침을 '찍'하고 뱉는 다거나.......

'욕'을 해 대며 위협을 가하곤 했지만......


요즘의 그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곤 한다........


담배를 달라는 그녀의 말에.......

"내가 왜 너한테 담배를 줘야 하는데...... 나한테 담배 맡겨놨냐......???"


라고... 대답을 해 주면......

그녀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곧장 반격을 해 왔다.....


"왜그래...... 우리 친하잖아...........^-^"

라고...;;


뭐.. 예전보다야 훨 낳아진 그녀였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그녀에게 삥을 뜯기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지 않은가..........


하지만... 나를 정말로 괴롭게 하는 것은.....

그러한 삥 뜯김이 아니었다...

 


며칠전 저녁이었다......


그날도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금 창문을 열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 왜........?? 아까 집에 갈 '차비' 줘짜나...."

"웅.... 다름이 아니라....... 오늘 내가 허리가 많이 아파서 그런데......

내 가방 좀 마끼자........ 내일 아침에 등교할 때 다시 찾아갈께....."


나는 '허리가 아프다..'는 그녀의 말을 고지 곳대로 믿었고....

마음 약한 나로서는... 당연히 그것을 거부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 난 그것을 거부했어야만 했다........


그 날만 가방을 맡길거라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녀는.. 하교시간만 되면 매일 같이 내게 가방을 맡겨왔고.....


그 이후로는.....

교복과 몇벌의 사복까지 맡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등교할 때는 내게서 가방과 교복을 받아가고.....

하교할 때는 사복을 받아갔으니....


한 마디로 그녀는....

내 원룸방을 자신의 사물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통틀어서....

사복에 작은 핸드백만 메고 등교하는 여고생은...

그녀밖에는 없을거다.....


뭐... 나중에는.....

벼리 별 물건을 다 맡기는데.....


지금 내 방에 있는 그녀의 물건만 대충 봐도.......


"그녀의 옷들과... 참고서... 작은 핸드백... 일회용 로션 외 다수의 화장품....

세면 도구.... 심지어는 속옷에 후리돔까지........;;"


지금 내 원룸방은.... '여자'만 있으면.......

바로 신혼 살림을 차려도 될 정도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옆방에 살던 형이..... 책을 빌리러 내 방에 들어왔다가........

내 방에 있는 여성 물품들을 보더니.......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동열아.... 너 나하고 친하지.......??"

"갑자기 그게 뭔 소리래...... 당근 나는 형을 무지하게 친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 나한테 만이라도 솔직하게 대답해줘라......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하니까...... 그냥 솔직하게 털어놔도 돼..........."

"뭔 질문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인데....... 어여 말해봐........."


"너.... 너.........."

"너.... 뭐........??"


"'트랜스젠더'지.........??"

-_-;;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내가 그녀를 왜 돌봐주는지... 나조차도 의아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녀가 사회에 대응할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그녀의 그 모든 걸 이해해주고 아껴주겠다......." 라고 했던...

내 자신과의 약속을... 아직은 지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그러한 작은 배려는..........

예전의 반항적이고 거칠었던 그녀의 성격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마음어린 추억으로 만들어 가고 있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많은 비가 쏟아졌었고.........


자정이 다 되던 늦은 시간이라.........

나는..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끈 체 누워 있었다.........


그때였다.......


창 너머로....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게 아닌가.........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잠시금 의아한 생각을 갖기는 했지만.....

창문을 열어 그녀를 본 나는.... 곧장 그녀에게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그 많은 비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고......

추위를 심하게 타고 있는지..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너 어떻게 된거야... 이 시간에.. 그것도 우산도 안 들고..... 왜 그래 무슨 일 있
어.........??"

"무슨 일은 무슨 일.....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거 보니까.. 뭔 일이 있긴 있구만...... 뭔데.......??"

"나.... 있잖아.........."


"그래..... 빨리 말해봐..........."

"가출했어.... 그래서 말인데.. 나 며칠간만 니 원룸에 좀 묵어야 쓰겠어..."

-_-


'가출'이라는 두 단어를.....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출'했다고 해서.... 아직 여자도 모르는 나...우리집에 머물겠다고 하는 그녀......


나는 잠시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추위를 너무 타고 있던 그녀인지라......

일단 나는...옷이라도 갈아 입히려고....

내 원룸방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내 방에는 이미 그녀의 옷들이 있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고......


그녀가 옷을 갈아입자......

나는 곧장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근처 커피숖이라도 가서 얘기 좀 하자...."

"가긴 어딜가..... 나 피곤해........ 그냥 잘래..........."


"야.....!! 너 여기서 자다가 걸리면.... 나까지 부모님께 쫒겨난단 말야........."

"그거야 니 사정이구..........."

-_-;;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정말로......

내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황한 나는.....

조금은 애절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청을 넣어보았다......


"그러지 말고.... 많이 피곤하면 근처 여관이라도 잡아 줄테니까....

거기서 자라.... 너 이러는거 들키면.. 나 정말로 쫒겨난단 말야........."

"여관에서 자려고 했으면... 너한테 오지도 않았어.....

조용히 자다가 갈 테니까 며칠간만 부탁해......"


"야..... 너 이렇게 자면......... 그럼 나는 어디서 자라구.......??"

"사내 X끼가 밖에서 자면 좀 어떠냐........!! 어여 꺼져.....!!"

-_-;;


그날 밤......

결국 난.. 원룸 처마 밑에서.. 추위에 몸을 떨며.....

날밤을 까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와 나는... 삼일간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된다.........

Posted by 빈블랭크


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4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잡은 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금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냥 이렇게 가 버리면... 난 어쩌라구......."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왜... '위선자'라는 소리 들으니까.. 베알이 뒤틀리든....??"


정말이지 그 순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아서.. 일단 그녀를 불러 세우긴 했지만....

왜인지 내 입술은 쉬이 떨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차라리 지금의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는 것밖에는 없었다......


"나...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근데 있잖아....... 그냥 이대로 널 보내는 것은 안될 것 같아.......

모르겠어..... 그냥 널 잡아야 할 것만 같았어........."


나의 말에 그녀는... 잠시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조금은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서서히 대답해 왔다....


"X신 같은 놈.... 내가 널 여러번 봐 왔지만..... 넌 바로 이런게 문제야.......

지가 천사라도 되는 줄 알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따라와........."


나는 단 한번도 내 자신이 '천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를 다시금 붙잡았다는 것도 다행이었지만.....

혹시나 이렇게 붙잡았을 때... 또다시 코 뚫자고 그럴까봐 종나 겁났는데.....

다행히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걸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그녀를 따라 내가 간 곳은... 근처의 술집이었다......


이것 참... 미성년자인 그녀와 함께 술집에 오는 것이 문제긴 문제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걸 따질 처지는 아니었기에....

일단은 아무 말 없이 술집에 발을 옮겼다.....


우리가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술집 종업원이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당연히도 그 종업원이... '민증'을 까라거나......

교복을 입고 있던 그녀를... 내 ?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종업원은 갑자기 환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에게 대뜸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머... 오랜만에 왔네....... 왜 이렇게 요즘은 뜸했니.......??"


암만봐도 세상이... 참 많이 망가지기는 망가진 듯 싶다........;;


어찌되었든 그녀와 나는....

소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고......

난 이 기회를 이용해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고 했다.....


원래 술이란 것은... 사람을 조금은 서정적이고 진실되게 만들지 않던가....

그녀도 사람이기에...

술을 통해 잠시나마 그녀의 얘기들을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저기 있잖아.... 나.. 질문있어......."

"뭔데......?"


"아까 네 친구들한테 말한.. 그 '약속'이란 게 뭔지 물어봐도 돼.....??"

"니 팔뚝을 팍 물어줄까....?? 잔말말고... 술이나 처 먹엇......!!"

-_-


그녀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참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우린.... 아무 말 없이.......

술이나 처먹어야만 했다..........;;


그녀는 나와 끊임없이 잔을 부딪쳐 왔고......

잔을 부딪칠 때마다 한 마디씩을 꼭 잊지 않고 해 왔다.......


"북한에서는 말이지... 원샷이라는 말을 절대 안 해.......

거기선 '원샷' 대신...... '쭈~~욱'이라고 한단말야.... 자....... '쭈~~~욱~~~~~'"


나는 정말로...

그녀의 뇌를 해부해서... 한번 옅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또 그런 소리는 들어가지구.....


미리 말해두지만..... 난 술을 정말로 좋아한다........

그치만..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꼭 잘 마시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빈 테이블 앞에... 빈 소주병 두개가 놓여졌을 때......

그녀와는 달리..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테이블을 베게 삼아 잠시금 눈을 감기로 했다........


술에 취한 나는... 세상 그 누가 깨워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버릇이 있지만.....

나는 그날..... 버릇이란 것은 금새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고.....

술에 취한 나를 부축해서... 술집에서 끌고 나온 그녀는.......


한 손으로... 나의 사대기를 가볍게 날려줬으며........

길바닥에 대짜로 뻗어버린 나를.....

두 발로... 사뿐히 즈려 밟아 주었으니........


아.. X발.... 세상 그 누구가... 그 상황에서 술이 깨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잠시금 길바닥에 앉았다가.......

차츰 내가 정신을 차려가자.......

그녀는... 사뿐히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건네 왔다......


"밤이 너무 늦었네... 나... 밤길 무서운데... 바래다 줄꺼지.....? 수둡.....*^^*"


암만봐도... 그녀도 꽤나 술이 취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푸캬캬캬... 밤길이 위험하다고.....?? 니가.......?? 캬캬캬캬....."


라고.. 웃어줬다가......

그날 밤... 내 초상 치르는 줄 알았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술에 취한 그녀를 혼자 보냈다가는...

분명히 그녀는 밤길을 홀로 걷는 이쁘장한 남정네를 겁탈할 것이기에....

난.. 그 남정네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바래다 줘야 할 것 같았다.........;;

 


버스가 끊긴 시간이라....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나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의 잘못된 관념일지는 몰라도......

나는 그녀의 거칠고.. 반항적인 기질을 보았을 때......

그녀가 조금은 힘들게 살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시내쪽 부유층의 집들에 대할만큼.....

정원이 넓은 대궐 같은 집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유한 환경에 사는 그녀가.....

왜 이토록 반항적이고 거친 소녀로 자랐는지.....

잠시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뭐.. 부유하다고 해서....

항상 좋은 환경 속에서 곧게만 자라는 법은 아니지 않겠는가......

 


난 더 이상은 그녀에게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의문을 품기에는.... 그녀는 너무도 어렵고 복잡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감히 내가 그녀에게 의문을 품을 만큼...

그녀의 상처는 얕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를 집에 들여보낸 후에......

막상 나는...

내가 집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를 종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녀의 집 앞까지 올 택시비는 있었어도.....

내가 다시금 원룸으로 돌아갈 택시비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도 남자라면 남잔데...... 어떻게 여자 앞에서...

택시비가 없다는 얘기를 할 수 있냐 말이다.......


근데 난... 남자가 아닌가보다.......

아까 그녀의 집 앞에서 난 그 말을 했다...........;;


"나 아까 술값하고 지금 택시비 내는 바람에..... 집에 갈 택시비가 엄써......

나... 집에 갈 택시비 좀 주라......."


하지만 그녀는....

아주 간단히도 딱 세 글자의 답변을 해왔다........


"걸어갓........!!"

-_-;;


그녀에게 바랄게 따로 있지.........

술 취한 내가... 오늘 정신을 좀 잃기는 잃었나보다.........;;


원룸까지 걸어서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기도 했지만.....

아직 술기가 제대로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몸마저 너무 피곤하다 보니.......

감히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일단 근처의 지하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지하도 안이.. 그나마 노상수면을 취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니겠는가........;;


지하도 안의 벽에 기댄 나는......

첫차가 생길 때까지만 잠시금 눈을 붙이기로 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워낙 피곤한 상태이다보니......

나는 금새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내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잠시금.. 몇 가지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다........


내 어깨 위에 파카 하나가 더 걸쳐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내 옆에는... 나와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자고 있는......

그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지.....

그녀가 어떻게 알아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어리기만 한 그녀.......

역시도 그렇게 나쁜 애만은 아니라는 거...


난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시금 내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나는 그녀의 그 모든 모습을 이해해주고.... 아껴 줄 거라고......


그녀가 성년이 되어... 조금은 사회에 대항할 수 있을 때까지........"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