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앞 양쪽 보도 블록에 죽 늘어선 노점상에는 항상 사람들이 제각기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구두 수선집, 튀김 가게, 신문 가게 등 온종일 조그만 네모 상자 안에서 일하는 그분들을 지나칠 때 마다 나는 삶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곤 한다.

그중 일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돗 자리를 펼쳐 놓고 손톱깍기, 가위, 도장집, 돋보기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잡동사니들을 팔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님을 기다리면서 깜빡깜빡 조릭도 하고, 이따금씩 담배를 입에 물고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곤 하셨다.

그리고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실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날 일찍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다가 할아버지 앞을 지나치다 보니 할아버지가 다른 때와 달리 도시락을 드시고 있었다.

웬일일까 궁금했지만 우선은 라면보다 밥을 드신다는 사실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나는 곧 건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마침 그 안에는 아가씨 둘이 타고 있었는데 한 아가씨가 친구에게 무엇인가 캐묻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갔다 오는데 말하기 그렇게 어려운거야?

"응. 그냥 저기..."

"말을 안하니까 더 궁금하다 어디 다녀오는데? 말 좀 해봐."

"요 앞에 장사하는 할아버지한테. 며칠째 계속 라면만 드시기에 아침에 내 도시락 싸면서 하나 더 싸가지고 왔거든. 그걸 갖다 드리고 오는 길이야."

부드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가씨의 말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Posted by 빈블랭크

대학교 4학년 때 암병동으로 간호사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있었던 곳은 그 중에도 소아 병동이었지요. 무서운 암과 싸우는 환자 중에 유난히 눈이 동그랗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섯 살 된 꼬마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혜야, 언니가 동화책 읽어줄까?”
      “… ….”
      “그럼 지혜가 언니한테 노래 하나 불러줄래?”
      “… ….”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는 아이었습니다. 주사를 놓을 때도 아픔을 애써 참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할머니만 가끔 병문안을 와 줄 뿐인 지혜. 엄마는 새로 시집을 갔고, 아빠는 중동으로 떠나는 바람에 꼬마의 병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오직 나이드신 할머니 한 분뿐이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할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대주던 병원비는 할머니가 쓰러지는 바람에 끊기게 되었고, 병원장이 지원하던 보조금조차 원장이 바뀌는 바람에 더이상 지급이 안되어 어쩔 수 없이 퇴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몇 몇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퇴원을 앞둔 지혜를 위해 병실에서 조그만 송별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애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다운 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지혜야, 여기 백 원짜리,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중에 네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걸 하나 줄테니 뽑아봐….”

그 방에 있던 우리 모두는 지혜가 만 원짜리 지폐를 집을 줄 알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백 원짜리 동전을 집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혜야, 아직 어떤 게 큰 지 모르는가보구나. 이중에는 만 원짜리가 제일 좋은거야, 동전 대신에 이걸로 가지려무나.”

라고 제안하자 아이는,

 “저는 이 동그란 백 원짜리가 제일 좋아요, 백 원짜리는 멀리 있는 우리 엄마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 병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기 호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있는대로 털어서 아이에게 주고 말았답니다.
Posted by 빈블랭크
몇 년 전 몹시 무덥던 날 전철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리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 안이라 응급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주위 사람들고 괜찮으냐고 걱정을 해 주는 것이 고작일 따름이었다.

아주머니가 약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문제는 마실 물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전철은 역에 도착했다.

바로 그 순간 20세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꽁지에 불붙은 토끼처럼 튀어나가더니 전철이 출발하는 벨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캔 주스를 하나 들고 전철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아주머니, 이것으로 약을 드세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역이 내려야 할 역인 듯 그 아가씨는 다시 잽싸게 내렸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승객 모두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가씨가 내리고 나자 잠시 후 아주머니도 고통에서 벗어났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다고 하지만 그런 기특한 아가씨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내 딸도 그 아가씨처럼 성장해 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빌었다. 그 광경은 언제까지고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 중에서
Posted by 빈블랭크

내가 결혼전 간호사로 일할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25살 남짓 되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문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듯 했다.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 아주머니..아직 진료 시작 될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오셨구요.. "

" ..... "

" ..... "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 받기도 했고..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얘..얘가...제 딸아이예요...예..옛날에..그니까..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

다행이 네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근데....네...네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달에 우리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사위될 녀석...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에미.....보잘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게..이 못난 에미 바램이예요..

그래서 말인데....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채.." 그럼요..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수 있습니다. "라고 했고..그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Posted by 빈블랭크

3 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단다. 선배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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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블랭크

"좋은생각"에서 펌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니까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 소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생김새의 소녀였습니다.

아마도 성실하게 사는 소녀 가장이라 토크쇼에 초대되어진 모양입니다.

소녀는 병든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동네에 산다 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그런 얼마후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다 합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소녀는 자신도 남들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김동건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동생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평소에 타보고 싶은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도 타고 싶다고 얼굴을 “붉히고 말했습니다.

김동건씨의 눈이 붉어지며 그 비용을 자신이 낼테니 얼마면 되겠냐고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의외의 제안에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했습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4750원 이라고 상세한 사용처를 밝혔습니다. 입장료, 아이스크림, 바이킹요금, 대공원까지의 버스 요금,....

텔레비젼을 보며 속으로 십만원쯤 생각했던 나는 조그맣게 "병신", "병신", "병신" 이라고 읖조렸습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도 오월도 연말연시도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액수로 한달을 생활하는 소년 소녀 가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백스물 두가지의 핑계를 대며 그들을 돕는걸 망설입니다.

 ^.^ : 계산을 해 봤는데.. 물가상승폭을 감안하면 12000~15000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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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블랭크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니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껍니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고 착한 영원을 간직한 그런 여자죠

그녀를 위해서라면 전 무엇이든 할 수가 있었죠..

그녀는 고아였죠.

부모없이 자라서 항상 외로움이 많았죠

하지만 자라서 항상 외로움이 많았죠.

그의 외로움의 자리에 제 큰사랑이 체워지고 있다구 믿었죠

제가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건 많지 않지만

그녀와 함께하며 행복하게 평생을 사랑하며 살거라 맹세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그녀에세..

불행이란 단어가 찾아왔죠..

교통사고...

그렇습니다 그녀는 제가 25살이 되던해 사고를 당했죠.

그녀는 소중한 두눈을 잃고 말았습니다.

저는 정말 살 자신이 없었죠. 그녀의 아파하는 모습이 더이상 볼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

저의 두눈을 그녀에게 세상을 다시 돌려주기로..

그녀는 의식 없는채로 수술을 받고..

이제 전 아무것두 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얼굴도...

그래서 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깨어난다면 그건 제가 더 힘든거란걸 알기에...

제가 그녀의 짐이 될순 없으니까요...

전 그녀를 사랑하기에 떠나야했죠..

이 사실을 비밀로한체 사람들에게 다짐을 받고.

저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영원히 그녀곁에 돌아 오지 않는다는 다짐과 함께..

그리고 .. 그녀가 결혼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복하길 빌었죠.

영원히 행복하길

지금 이순간도 전 그녀가 행복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Posted by 빈블랭크

저는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지만...

그를 한때는 사랑했습니다.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러나 그는 저를 사랑하지 않았나 봅니다.아니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아 였기에 부모님의 사랑없이 외롭게 잘았죠.

그런 나에게 그는 정말 삶의 다른 의미로 다가왔죠.

저는 그를 너무 좋아하게 아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

어느샌가 그는 저의 전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너무나 행복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무엇이든 할수 있었죠...

그도 저를 사랑한다 하더군요...전 그를 위해선 무엇이던 햇죠

그게 유일한 저의 행복이자 기쁜이었으니..

그러나......

그렇게 행복하던 저에게...

저로선 ...도저히....감당할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너무나 힘든...

22살이 되던해 저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의식을 잃고 말았죠. 기억과 함께...

세상이 깜깜햇죠.

나중에 일어나 세상을 봤을때 너무 많이 달라 젓더군요.젤 먼저 그를 찾았죠..

하지만.....그는...없었어요..

누군가 그가 미국으로 떠낫다구 하더군요...

그리고 그는 다신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배신........

그렇게 사랑했던 그가 죽지도 않은 저를 그렇게 쉽게 버리다니

그렇게 전 그를 용서할순 없었죠...

저는 27살이 되던해 또다른 사랑을 했고 결혼도 했죠

그는 자상하구 모엇보다 절 이해해 주엇죠..고아인 저를...

저는 확신했죠 그는 절대 저를 기다릴수 있는 사람이라구...믿었죠..

지금 저는 행복해요..

물론 첫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또다른 사랑을 얻었으니까요..

전 평생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꺼에요.

그게 그에게 복수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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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블랭크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얘. 오늘 오존주의보랜다.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렴."

공기 중에 오존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호흡기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면 오존보의보가 떨어진다면서요.

어쩌다가 마음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을까요.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친구와 헤어져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었습니다.후덥지근한 날씨에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뿜어대는 매연까지 가세해 정말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쪽 길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부서지는 소리도 나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게 아니겠어요.

호기심 많은 내가 가만있을 수 없었죠. 얼른 뛰어가서 사람들을 헤치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서너 명의 단속반 아저씨들이 도넛과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를 뒤짚어엎고 있었습니다.

계란이 깨지고, 베지밀 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도툼하니 맛있어 보이는 도넛들이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단속원들에게 사정도 하고 울부짖으며 막무가내로 매달려 보기도하던 포장마차의 주인아저씨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때 저는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정지해 버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요?포장마차에 있던 음식물을 차에 싣기 위해 길 한복판으로 옮기는 단속원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했고, 도로에는 변함없이 버스들이 우악스럽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말이예요.

마치 끓고 있는 압력솥 안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습니다.

흙 묻은 도넛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베지밀 병들이 오존주의보보다 훨씬 더 사나운 경보를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짓일텐데 그사람 이제 그만 괴롭혀요."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참을 주저하다 나선 모양이었습니다.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조그만 목소리로 그 아주머니의 말에 동조했습니다.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는지 단속반 아저씨들의 손길이 좀 멈칫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50대 아저씨가 뚜벅뚜벅 걸어나오더니 길바닥에 뒹굴던 베지밀 세 병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던 주인아저씨의 주머니에 지폐 몇 장을 밀어넣고 돌아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 몇 봉지를 집어들고 주인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어서 아기를 업은 새댁이 삶은 계란 몇개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도넛 몇 개를 샀습니다.

그 후에는 줄을 지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주인아저씨의 어깨를 한참 두드려 주다 가시기도 했습니다.

저도 우유 한 봉지를 사들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굳이 말해야 할까요?

얼른 집에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오존주의보보다 더 센 것을 발견했으니 세상은 충분히 싸돌아다닐 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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