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사족

 

"삼촌, 뱀도 발이 있어?"

"이 녀석아, 뱀이 무슨 발이 있어!"

"그럼, 사족(蛇足)이란 말은 뭐야?"

"그건.... 뱀의 발이라는 뜻이지...."

"에이, 삼촌은 엉터리야! 뱀은 발이 없다면서?"

엉뚱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엉뚱이 삼촌은 당황했어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햐, 이 녀석이 삼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네...."

엉뚱이 삼촌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족이란 뱀의 발이란 말이긴 하지만 그 뜻은 쓸데없이 엉뚱한 일을 하

다 낭패를 본다는 거야."

"왜 그런 말이 생겼어?"

엉뚱이의 질문이 계속되자 엉뚱이의 삼촌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잘 들어 봐! 옛날 초나라 때 어느 집에 잔치가 벌어졌는데 마침 귀한

술 한 병이 손님들 상에 나왔대. 손님이 여러 명이라 한 병을 나눠 마시자

니 술이 너무 부족했지. 그래서 땅바닥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 혼자

서 술을 마시기로 했어. 술은 적고 사람은 많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지."

"나도 뱀은 잘 그리는데...."

"조용히 하고 듣기나 해! 그래서 사람들은 내기를 시작했지. 손님 중에

그림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빨리 뱀을 그렸어.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사람은 반도 채 그리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그 사

람은 자기 솜씨를 뽐내고 싶어 멋지게 네 개의 발도 그려 넣었지."

"히히.... 삼촌 그 사람 정말 엉뚱하다 그치?"

"인석이 조용히 하라니까!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어깨에 힘을 주고 그

림을 쳐들었어. '이제 술은 내 것이오.' 하면서 말이야. 그 사람이 술병을

들고 막 마시려는 순간 두 번째로 빨리 그린 사람이 나서서 술병을 가로챘

어. 그리고는 말했지."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뱀의 그림이오? 뱀이 발이 어디 있소? 이건 뱀이 아니

니 이 술은 내 거요.' 결국 그는 찍소리도 못 하고 고스란히 술병을 빼앗기

고 말았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채 말야.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사족을 단다고...."

"삼촌, 그 사람 정말 멍청하다. 히히...."

엉뚱이가 낄낄대며 웃자 삼촌이 한 마디 했어요.

"이 녀석, 제가 한 일은 모르고.... 지난번에 너 자연 숙제한 거 보니까

개구리 꼬리를 그렸던데 뭐. 으이구, 그래 놓고도 웃음이 나오냐?"

순간 엉뚱이는 뜨끔했어요. 사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가 사족을

달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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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면죄부

 

"...제6조, 교황은 하나님이 용서한 바를 선언하는 것 외에, 어떠한 죄도

용서할 수 없다...제27조, 영혼이 천당에 가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다는 거

짓 설교를 하지 말아라...제37조, 참다운 크리스트교인은 면죄부가 없어도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어 가진다..."

이것은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맹렬히 비난하며 내건 <95

개조 반박문> 중의 일부예요. 면죄부란 돈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죄를

용서해 준다는 뜻으로 교황이 발행하던 증서를 말해요.

쉽게 말해 우리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차표를 끊듯이 천당으로 가는

차표를 돈을 주고 예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지요.

중세 말기 교회당 건립과 포교를 위하여 많은 돈이 필요해지자 교회는

헌금을 권하면서 속죄 증명서, 즉 면죄부 발행을 남용하여 많은 폐해를 가

져왔어요.

"면죄부는 산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죄를 많이 진 자들의 죽

은 영혼이 천당에 못 가고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자, 죽은 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면죄부를 삽시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는 이렇게 이미 죽은 사람들의 면죄부까지 만들

어 팔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뒤 이러한 악습은 더욱 심해져서 교황

레오 10세 때에는 면죄부의 대대적인 판매 활동에 나섰어요.

"자, 싸구려 싸구려. 면죄부를 사세요. 자 20% 파격 세일. 오늘부터 한

달 간 면죄부도 가격 파괴에 들어갔습니다. 천당에 가기 위한 확실한 보증

수표! 이 기화를 놓치지 마세요. 면죄부만 있으면 천당에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회는 종교적 기능을 잃고 면죄부를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

하고 말았어요. 성직자는 판매를 담당하는 장사꾼이 되어 버렸구요. 다시

말해 면죄부는 중세 교회의 타락의 상징이 된 것이지요.

"쯧쯧, 교회가 저렇게 썩어서야..."

"그러게 말야.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배를 불리는 자들이야!"

점점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마르틴 루터는 종교 개혁을 부르짖게 되

었어요.

"성서에는 '부자가 천당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 반대가 되었습니다. 돈

많은 부자들은 면죄부를 사 천당에 가고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전당

갈 엄두도 못 내게 되었습니다. 썩어 빠진 종교를 개혁해야 합니다!"

루터의 개혁 운동은 큰 호응을 얻어 순식간에 유럽 전체에 퍼져 나갔어

요. 이렇게 구교(천주교)에 대항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기독교(신교)이지요.

요즘도 신문지상에 '면죄부'란 말이 종종 눈에 띄지요. 비리를 저지른 고

위층 인사를 적당한 명분으로 눈감아 주는 것을 두고 이런 표현을 쓰곤 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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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악어의 눈물

 

심술이는 우산을 쓴 채 교문 앞에 서 있었어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왈자가 나타났어요.

"어? 심술아. 너 왜 여기 서 있니?"

"응, 너랑 같이 들어가려고..."

둘이 사이좋게 운동장을 걸어갈 때였어요.

"이크, 이게 뭐야!"

왈자는 신발과 양말이 엉망이 되었어요. 한쪽 발이 진흙 구덩이에 빠졌

거든요. 누군가 장난치려고 일부러 파 놓은 것 같았어요.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지?"

심술이는 울상이 다 된 왈자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어

요.

그 날 아침 그 진흙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왈자말고도 다섯 명이나 더

되었어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심술이의 장난이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심술이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어요.

"넌 오늘부터 한 달 간 화장실 청소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화장실 청소만은..."

심술이는 선생님에게 싹싹 빌며 우는 시늉까지 했어요.

"이 녀석, 화장실 청소 안 하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군. 한번만 용서

해 줄 테니 다른 아이들에게 사과해라."

악어는 잔인하고 징그럽게 생겼지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마음에도 없이

흘리는 거짓 눈물을 빗대어 '악어의 눈물'이라고 해요. 이 말은 '악어가 물

가에서 사람을 만나면 물어 죽인 다음,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 가며 먹을

것이다.' 라고 한 데서 인용한 표현이에요.

요즘 정치권에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가 국민들 앞에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며 '악어의 눈물'이라 꼬집기도 해요.

또 악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말 중에 '악어 논법' 이란 게 있어요. 이 말

은 이집트의 전설에서 비롯되었어요.

옛날 이집트의 한 여인이 아이를 악어에게 빼앗겼어요.

"제발 불쌍한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여인이 악어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자 악어가 말했어요.

"내가 아이를 돌려 줄지, 안 돌려 줄지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알아 맞

히면 돌려 주마!"

여인은 기가 막혔어요. 만약 돌려 준다고 말하면 안 돌려 줄 거라고 대

답할 것이고, 안 돌려 준다고 말하면 돌려 줄 생각이었노라 대답할게 뻔했

으니까요. 어떻게 대답하든 잡아먹히기는 마찬가지였지요.

이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 마음대로 해석이 되는 말장난을 가리

켜 '악어 논법'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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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도루묵

 

옛날 조선 시대 때 섬나라 일본은 호시 탐탐('주역'에 나오는 말로 범이

눈을 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 우리 나라를 노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선조 임금 때 드디어 전쟁을 일으켰어요. 임진왜란이 일어난

거지요. 우리 군사와 의병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요. 하지만 신식 무기

인 조총을 앞세운 왜군을 당할 수는 없었지요.

이윽고 왜군이 한양 근처까지 밀고 올라왔어요. 선조 임금은 하는 수 없

이 피난길에 올랐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떠난 길이라 피난처

에서의 생활은 형편없었어요. 잠자리는 물론이고 음식도 초라하기 짝이 없

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성이 생선 꾸러미를 들고 임금이 계시는 곳으로

찾아왔어요.

"상감마마께옵서 이런 생선을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신하들은 크게 기뻐하며 그 생선을 요리해서 임금께 바쳤어요.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선조 임금은 생선의 담백한 맛에 홀딱 반했어요.

"음...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구나. 도대체 이게 무슨 생선

이냐?"

신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임금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

했어요.

"상감마마, 그것은 어떤 백성이 가져온 건데 저희도 처음 보는 생선이옵

니다."

"오, 그런 충성스런 백성이 있었다니! 짐이 그 백성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구나."

이윽고 생선을 바친 백성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어요.

"음, 네 덕분에 별미를 맛보았구나. 그런데 그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고?"

"예, 묵이라고 하옵니다."

"허어,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것 없구나."

선조 임금은 한동안 생선을 살피더니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고기의 배 쪽이 은백색으로 빛나는 것이 아주 고귀해 보이니 앞

으로는 은어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드디어 임진왜란이 끝났어요.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장수

들이 목숨을 걸고 왜군을 물리쳤기 때문이지요. 다시 궁궐로 돌아 온 임금

은 어느 날 피난길에 먹었던 맛있는 물고기가 생각났어요.

"여봐라, 오늘 저녁에는 은어 요리가 먹고 싶구나."

그런데 상에 올라온 은어를 맛보던 선조 임금은 얼굴을 찌푸렸어요. 예

전의 그 담백한 맛이 온데간데없어진 거지요.

"이런 맛이 형편없구나. 은어가 이렇게 맛 없는 고기였다니... 도로 묵이

라 불러라."

이래서 묵이라는 고기는 '도로묵'이 되었다가 나중에 '도루묵'으로 바뀌었

어요. 흔히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처음 상태로 되돌아갔을 때 '말짱 도

루묵이다.'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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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마이더스의 손

 

'내가 손으로 만지는 것이 모두 황금이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옛날 그리스

신화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너스'라고 함)는 프리기아의 왕이었어요. 그의 궁전

에는 잘 가꾸어 놓은 장미 동산이 있었어요.

어느 날 시종들이 장미를 손질하기 위해 그 동산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한 시종이 놀라 소리쳤어요.

"앗! 이게 뭐야? 모두들 이리 좀 와 봐!"

여러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갔어요. 그 곳에는 한 늙은이가 술에 취해 잠

들어 있었어요.

"여보세요. 좀 일어나 보세요."

"음냐... 누구야...저리 가..."

시종들이 흔들어 깨웠지만 늙은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어요.

할 수 없이 시종들은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려 미다스 왕에게로 데려 갔

어요. 왕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어요.

"아니, 당신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 세일레노스가 아닙니까? 어쩌

다 여기까지 오셨소?"

그러자 세일레노스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허허, 이거 늙은이가 주책을 부렸군. 술에 취해서 그만 정신 없이 헤매

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네."

"음,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쨌든 이왕 오셨으니 며칠 푹 쉬었다 가십

시오."

왕은 그를 정성껏 대접하여 돌려 보냈어요.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크게 기뻐하면서 미다스에게 말했어요.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 내가 무엇이든 들어 주겠노라."

"손으로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잠시 후 미다스는 나뭇가지를 시험삼아 부러뜨렸어요. 그러자 그것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아니, 이럴 수가! 이제 난 부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의 욕심은 무서운 재앙을 몰고 왔어요.

식사 시간이 되어 스푼을 들자 스푼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이어서 스

푼으로 수프를 뜨자 그것도 황금으로 변했어요. 마실 물도 나무도 풀도 심

지어 사랑스런 딸까지도 그가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 덩어리로 굳

어 버렸어요.

그제야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어요

'아,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왕은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사정을 했어요. 디오니소스는 팍토로스

에 가서 손을 씻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 주었어요.

'마이더스의 손'은 여기서 생겨난 말이에요.

요즘 야구에서 인기 있는 투수들을 일러 황금 팔이라고 하는데 이를 마

이더스의 손에 비유할 수도 있겠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배수진

 

호르르륵...

"작전 타임!"

달봉이네 담임 선생님이 보다 못해 작전 시간을 신청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 반이 지겠다. 여기서지면 결승 진출의 꿈은 사라지

는 거다. 모두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로 힘껏 뛰기를 바란다. 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친 선수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

운 결과 마침내 축구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와아, 이겼다. 결승 진출이다!"

달봉이네 반 아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담임 선

생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정말 잘 싸웠다. 너희들이 배수진을 치고 싸웠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

과를 얻게 되었어. 이담에 결승전에서도 그런 각오로 싸운다면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와아, 우리 반 만세...!"

이 때 달봉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 아까 배수진을 친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음... 그건 말이지. 옛날 중국 한나라에서 한신이란 분이 있었어. 항우와

싸워 이긴 유명한 장군이야. 어느 날 한신은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군사를 거느리고 엄청난 대군과 싸움을 하게 되었지. 그 때 한신의

군사들은 큰 강물을 등지고 진을 쳤단다. 이건 커다란 모험이었지. 병법에

는 배수진, 다시 말해 강을 등지고 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쓰여 있거

든."

"왜요?"

"왜냐 하면 후퇴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한신은 병법을 어기고도

열 배도 넘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어. 그러자 싸움이 끝난 뒤 부

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어. '병법에는 강을 뒤로 하고 싸우지 말라고 했

는데 장군께서는 그 말을 어기고 큰 승리를 거두었으니 어찌 된 노릇입니

까?' 그러자 한신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지. '자네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

르는구먼. 우리 군사들은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사람들로 이뤄졌네. 만약

원래의 병법대로 싸웠다면 서로 먼저 도망치기 바빴을 걸세. 그런데 뒤에

강이 있으니 필사적인 각오로 싸울 것이 아니겠나. 병서에서도 죽기를 각

오하고 싸우면 이기고 살기를 바라고 싸우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이

바로 배수진일세.' 한신의 말을 듣고 모든 장수들이 감탄을 했지. 아까 너

희들이 결승전에 나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똘똘 뭉쳐 힘껏 뛴 결과 승리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야."

'배수진'이란 병법의 상식을 깨뜨렸던 명장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필사적인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뜻이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마녀 사냥

 

"아니, 도대체 어디 간 거지? 내 삐삐가 없어졌어!"

얄숙이는 금방 울상이 되었어요.

그 때 짝꿍인 유미가 얄숙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렸어요. 얼마 뒤

얄숙이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왈자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소리쳤어요.

"왈자야, 너 내 삐삐 가져갔지!"

"무슨 소리야!"

"너 아까 체육 시간에 화장실 간다면서 교실에는 왜 들어갔니?"

"그건 휴지를 가지러 잠깐 들어갔던 거야!"

"거짓말 마! 그 가방이나 이리 내 봐!"

결국 둘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졌어요. 마침 수업 시작 종이 울리는 바람

에 싸움은 그쳤어요.

유미는 수업 시간 내내 마음이 불안했어요. 자기가 그만 경솔하게 입을

놀린 바람에 일이 이렇게 커졌거든요. 유미는 잘못하다간 친구들에게 망신

을 당하겠다 싶어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을 퍼뜨렸어요.

"왈자가 훔쳐 간 게 틀림없어! 아까 혼자서 뭘 만지작거리다가 내가 슬

쩍 보니까 후닥닥 가방에 감추더라고. 언뜻 봐서 잘 모르겠지만 꼭 삐삐

같았어."

마침내 아이들은 왈자를 도둑으로 믿게 되었어요.

왈자는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었어요.

"왜 모두들 애매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거야!"

하지만 삐삐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어요. 그 날 저녁 얄숙이가 집에 돌아

오자 어머니가 말했어요.

"얘, 얄숙아! 너 오늘 삐삐 두고 갔더라. 방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잘 놔 뒀다."

순간 얄숙이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어요. 낮에 학교

에서 왈자와 싸웠던 일이 생각았거든요. 다음 날 학교에 가자마자 얄숙이

는 왈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다행히 왈자는 누명을 벗었지만, 옛날 서양에서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어요.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의 교회에서는

성경의 가르침을 지킬 것을 강요했고, 이를 어기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

고 악마에게 홀린 자라 하여 모조리 처형했어요.

중세 시대에는 이렇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희생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

어요.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 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처형되었답니다. 잔 다

르크가 나라를 구하고 영웅 대접을 받자 이를 시기한 무리들이 그녀를 모

함한 것이지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아무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리고 마녀 재판에는 잔인한 고문이 뒤따르게 마련이었지요. 죄없는 사람

들은 악독한 고문에 못 이겨 자신이 마녀라고 자백을 하고 화형을 당했어

요. 오랜 세월에 거쳐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형되었으며 이런 일을

'마녀 재판' 혹은 '마녀 사냥'이라고 부르지요.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왈자가 도둑으로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 부터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X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자식이 왠지 한권책값으로 여러권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종나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 부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테잎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한번 못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종나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백수 :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놈이다.

★백수 : 아침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부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Posted by 빈블랭크

..  .. .. 나는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신랑이 별로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데도 혼자 신나서 무조건

붙들고 가르치기도 한다.

덕분에 신랑은 우선 한글을 대충 읽고 쓸 수는 있게 되었다.

동시에 한글이 얼마나 쉽고 과학적인 글인가도 인정했다.

그렇다, 한글은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근데 한국어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울 신랑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나도 머리 빠지는 걸 감수해야

하고 신랑도 이유 없이 고문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수없이 많은 레슨을 받았음에도 신랑이 깨치지 못한 발음이 있다.

바로 ㄱ 과 ㅋ 이다.

나도 미치겠다.








Lesson 1



영어에는 tongue twister 라고 해서 발음하기 힘든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She sells sea shells by the sea shore,"

또는 "Peter Piper picks a pack of pickled pepper."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번 외어서 말해봐라... 무지 힘들다)





신랑: 한국말로도 tongue twister 있어?

니나: 물론 있지...

신랑: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





혀가 안 돌아가서 대충 얼버무렸다.

신랑이 뒤집어지게 좋아하며 웃는다





신랑: 또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신랑은 웃느라 침대를 뒹굴며 한참동안 허걱댔다.





신랑: What is 콩깍지?

니나: 콩 껍데기가 콩깍지야. 콩이 bean 이거든

신랑: Oh, I'll remember 콩....





그날부터 신랑은 심심하면 조른다





신랑: Try 콩깍지 please?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그럼 신랑은 또 재밌다고 웃느라 방바닥을 데굴데굴 뒹군다.

결혼을 한 건지 애를 입양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까진 좋았다.








Lesson 2



내가 다니는 한국 교회 형제들은 화요일마다 농구를 한다.

신랑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두 한국사람들이었지만 운동하는데 말이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신랑도 껴달라고 했다.

열심히 농구를 하고 땀에 범벅이 되어 집에 오는데 신랑이 묻는다.





신랑: 농구하는데 왜 자꾸 bean 얘기 해?

니나: 누가?

신랑: 다들 콩 pass, 콩 어쩌구....

니나: 공을 잘못 들은 거 아냐? 공은 ball 이야

신랑: 아, 콩이 ball 도 되는 구나...

니나: 콩이 아니구 공!!!

신랑: 그래, 콩!





가나다를 한 시간도 안 되서 모두 외우고 대충 쓸줄도 알게 된

신랑의 총명이 의심스러워지면서 혹시 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Lesson 3



친척댁에 갔다.

그 집에는 번호를 누를 때마다 한국말로 누른

번호를 말해주는 전화기가 있었다.

국제 전화를 하려고 전화카드를 쓰는데 뒷 번호 4자리가

0000 이었다.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 삼삼사오 이팔 공공공공




방 안에 있던 신랑이 후다닥 뛰쳐 나온다

얼마나 빠르고 요란하게 뛰어 나오는지 나는 놀래서 얼떨결에

수화기를 다시 놓아 버렸다.




니나: 뭐,뭐야....?

신랑: Someone said 콩!!!!!!

니나: ?????

신랑: Really!!! I heard 콩!!!!!





한참 만에야 전화기에서 나온 공공공 소리를 듣고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간 자기가 쫌만 아는 소리가 들리면 신이 나서 저 야단이다.





니나: 이건 bean 이 아니고 zero 라는 뜻이야

신랑: 발음이 같아?

니나: 틀리지, 하나는 콩, 또 하나는 공!

신랑: 똑같네, 뭘

니나:.......... -_-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와 보니 신랑이 전화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0번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기: 공공공공공공~ 띠리리~ 지금 거신 전화는 국번이 없거나.....

신랑: 하하하하,,,,,,, 재밌다, 콩 콩 콩 콩......

니나: ..............-_-;;;;








Lesson 4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오래간만에 통화를 했다.




친구: 너 결혼하고 나서 아줌마 된 거 아니지?

니나: 오모, 오모... 아니야 나 무지 이뻐 ... (-_-;;;)

친구: 전화 끊자.....

니나: 무엄하다, 공주 앞에서!!! 공주가.....

친구: 딸깍! (-_-;;)





전화를 끊자 신랑이 날 빤히 바라본다.





신랑: What is 콩 Joo?





신랑은 모든 한국말의 기본을 콩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니나: 공주는 한 단어야.... 공 Joo 가 아니라...

신랑: 콩주.... Is it like 콩깍지?

니나: 아니야.... Princess 라는 뜻이야....

신랑: Everything's 콩 in Korean.......

니나: 뭐가 다 콩이야, 공이라니까!!!!

신랑: Yes, 콩!!!

니나: 공주!!! 내가 공주야, 이제부터 날 공주라고 불러

신랑: You want to be my bean.....?

니나: 콩 말구 공주!!!

신랑: 싫어.... 콩이 더 좋아..... 넌 이제 콩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공주가 princess 인 걸 알면서도 우기다니....

지금까지 신랑은 날 콩이라고 놀린다. -_-








Lesson 5



신랑이 오락에 한참 열을 올려 택견을 샀을 때다.

옆에서 구경을 하는데 여러 인물들 중에 왠 팬다곰이 보였다.




니나: 저 곰은 뭐야, 저것도 싸워?

신랑: 응, 쿠마 라고 해.... 일본말로 bear 라는 뜻이야

니나: 아하~

신랑: 한국말로 bear 는 뭐야?

니나: 곰

신랑: 그럴 줄 알았어.... 한국말은 뭐든지 콩이야....

니나: 곰이라구, 곰 !!!

신랑: 아, 콤? 조금 틀리네?




환장하겠다.




니나: 곰이야, 곰!!! 콤 말구 곰, 알았어? 곰, 곰, 곰!!

신랑이 들은 말: It's 콤!!! Not 콤, but 콤, okay? 콤, 콤, 콤,!!





신랑이 한국말 배우기 전에 내가 속 터져 죽게 생겼다.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실제로 한국어의 ㄱ 발음은 단어의

앞에 올 때는 오히려 ㅋ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항상 쓰는 말이어서 몰랐는데 오히려 신랑 덕분에

내가 한가지 배운 셈이다. [끝]


신랑의 응용력은 생각보다 놀라운 데가 있다.

아마 외국인이라서 한국어의 기본에 아예 무지하다보니까 황당한

응용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응용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잘 생긴 것이 머리까지 좋아가지구서..... 퍽! (-_-;;)






Lesson (1)



신랑에게 존대말을 가르치기로 했다.

한국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동사변형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먹다는 영어로 eat..... 변형이라 봤자 eat,

ate, eaten, have (had) eaten 정도이다.

한국말로 하면 먹다, 먹었다, 먹고 있다, 먹을 것이다, 먹었었다,

먹었니? 먹고 있니? 먹을 거니? 먹었을걸? 먹으려나? .... 등등등

끝도 없다.

거기다가 존대말...... 잡수셨다, 잡수실 것이다, 잡수셨나,

잡수셨니? 잡수셨어요? 잡수실래요?..... 나도 머리 아파서

못하겠다.....

(한국에서의 내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미국에 온 뒤론 국어를

배운 일이 없어서....)






우선은 쉽게 시작하기로 했다.




니나: Hi 하려면 "안녕" 이라구 하는 거야

신랑: 안냐~

니나: 잘 했어... 어른에게는 "안녕하세요"

신랑: 안냐쎄요....

니나: "안녕하세요," 그래야지

신랑: 안냐하쎄요





곧잘 따라 한다





니나: 쉽지? 그냥 하세요만 붙이면 돼

신랑: Okay





이번에는 대답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





니나: Yes는 "응"이라고 하면 돼

신랑: 엉!

니나: 존대말일 때는 "네"

신랑: 네이

니나: No는 "아니야"라고 해

신랑: 안냐~ hi 랑 똑같네

니나: "아니야" 라구, "안녕"이 아니고

신랑: (손까지 흔든다) 안냐~






장난치는 폼이 벌써 공부하기 싫어서 싫증난 거 같다.

무섭게 나가 보기로 했다





니나: 공부하기 싫어서 그렇지?

신랑: 안냐 ~~ (-_-)

니나: 혼날래? 가르쳐 준 거 기억해? Yes 가 뭐야? 말해봐!!

신랑: 엉!




어, 잊었을 줄 알았는데 기특하게 대답을 한다




니나: 존대말로 해야지!

신랑: ...............

니나: 존대말로 뭐야?

신랑:............ I forgot...........

니나: 벌써 잊어버렸어? 혼나야겠네! 때치, 때치!! (-_-;;)

신랑: I, I know!!!!

니나: 말해봐!!

신랑: 엉 하세요! (-_-)









Lesson 2





신랑을 꼬셔서 한국말 수업을 듣게 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동네 고등학교 교실에서 여러 가지

외국어 수업을 하는데 나는 일본어, 신랑은 한국어를 택했다.

둘 다 한 학기를 수강하기로 하고 많진 않지만 수업료도 냈다.

결국 세 번 가고는 관뒀다. (-_-)






첫날 한국어 수업을 듣고 온 날이다.

신랑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시아버지가 반갑게 외친다.





시아버지: 만투쿡수!!!!! (-_-)





시아버지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이다.....

한국 식당에서 파는 만두국수를 좋아하시기 때문에.....(-_-;;)




신랑: Hi dad.... 칼비!!!! (-_-)




신랑은 억지로 한번 웃어주며 갈비라고 맞받아치더니 부리나케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힌다.

아니, 이 인간이 초저녁부터 밝히긴 .....





니나: 자기야~ 왜 그래, 벌써부터..... (*^^* 부끄...~)

신랑: 나 봐봐, 나 봐봐.... 나 오늘 이거 배웠어

니나: 뭐, 뭔데? (-_-)

신랑: 모리, 워케, 무럽, 팔, 무럽, 팔.... (-_-)





수업 시간에 신체 각 기관의 명칭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하는 노래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율동도 하면서 신나게 자랑을 했다.





신랑: 잘 했지?

니나: 난 또 뭐라구....... 김 샜네......

신랑: 뭐?

니나: 아냐, 잘 했어... 근데 발이라고 해야지, 팔이 아니라

신랑: 봘....

니나: 그렇지, 그렇지.....






칭찬을 해 주었더니 갑자기 신랑이 팔짝 뛰어서 뒤로 돈다.





신랑: 이런 노래도 있어..... 모리, 오케, 무럽, 엉, 덩, 기~ 모리, 오케,
무럽...

니나: 엥? 뭐야 그게? 왜 엉덩이가 들어가?

신랑: 어떤 애가 butt 은 뭐냐고 물어봐서 선생님이 가르쳐줬어(-_-)






배우라는 건 마다하고 쓸 데 없는 거에 관심 많은 놈은 신랑

반에도 있나보다.

그걸 한번 듣고 외워와서 노래에 집어넣는 인간도 있지만 ..... (-_-)

그 날은 하루종일 신랑이 엉덩이를 찌르는 바람에 귀찮아서 혼났다.





신랑: This is 엉덩기, 엉덩기, 엉! 덩! 기! ~

니나: 남의 엉덩이 좀 그만 찔러!!!!!

신랑: 왜 그래!!!! 단어 외우는 건데!!









Lesson 3




신랑과 동물원에 갔다.

신랑은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으로 신혼 여행 갔을 때에도 에버랜드 가서 사파리하고

동물원 보는 걸 가장 좋아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신혼여행 일지 (8)- 에버랜드 편 참조.... ^^)





신랑: 저거 한국말로 뭐야?




신랑이 가리키는 것은 코뿔소였다.





니나: 코뿔소

신랑: 코뻘소우?





고불소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ㄱ 과 ㅋ 가르칠 생각하면

노이로제 걸린다. (-_-)





니나: 수업시간에 nose 가 코라고 배웠지?

신랑: 응

니나: 뿔은 horn 이고 소는 Bull 같이 큰 동물이야... Cow도
되지만...어쨌든...

신랑: 그러니까 세 단어가 합해진 거로구나.....

니나: 그렇지!





조금 더 가니 코끼리가 나왔다.





신랑: 저건 한국말로 뭐야?

니나: 코끼리

신랑: 아, 코!! 코가 길어서?

니나: 응

신랑: 그럼 키리는 뭐야....





말문이 막혔다....





니나: 음.... 그건 말이지....

신랑: ?

니나: 음... 끼리는... 뭔가가 특별히 클 때 그냥 붙이는 거야....





대충 만들어서 말했다.





신랑: 아하...





그러더니 갑자기 손뼉을 딱 치며 음흉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니나: 뭐, 뭐야.... 그 눈빛은..... 가슴 떨리게.....

신랑: You!

니나: 왜, 그렇게 박력 있게 불러...해 질려면 멀었는데...(*^^* 수둡~)

신랑: 넌 더 이상 콩이 아니야!!

니나: 그, 그럼?

신랑: You! 엉덩기 끼리!

니나: 뭐, 뭐?

신랑: 헤헤, 재밌다...... 모리, 오케, 무럽, 엉덩기 끼리~ 모리, 오케,
무럽... (-_-)





그 날 동물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도망다니는 신랑 잡느라 땀 뺐다.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 중에 유학생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첨에는 성격도 발랄하고 재밌는 거 같아서 좋았는데 차츰 지내면서

짜증스러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나서기를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친구들은 이 언니를 가리켜 짜증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안 듣는데서...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짜증녀가 특히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건

신랑 때문이다.

짜증녀의 영어는 무척 서툴렀다.

근데도 어쩌다가 나와 신랑을 마주치면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서투른 영어로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었다.

당연히 신랑은 짜증녀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

내 생각엔 울 신랑과 한마디라도 더 해서 자기가 영어 연습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근데 죽어도 그건 아니란다.

울 신랑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기회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단다.......

난 벙어리냐.............?




Lesson 1



친구들과 모여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물론 짜증녀도 끼어 있었다......

내용은 어떤 바람둥이에 관한 것이었다.....




신랑: Playboy 가 한국말로 뭐야?

니나: 응, 그건 말이지.....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짜증녀가 가로챈다.....




짜증녀: Playboy is 바람둥이......

신랑: 파람퉁이?

짜증녀: Okay, okay.... Very good...... 바람둥이....




신랑은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신랑: 그럼 바람쟁이는 뭐야?

니나: 바람쟁이는 장사할 때....



근데 또 짜증녀가 나선다....



짜증녀: 바람쟁이 is... sales person... but they don't sell... they...

신랑: ??????? .......What?



짜증녀의 영어 실력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짜증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짜증난다......



짜증녀: Yes, that's right..... 바람쟁이 just attracts .....



신랑은 금새 지겨운 표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시끄러워서 비디오 못 보겠다구 툴툴거렸다........

게다가 짜증녀가 하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짜증녀: You understand now?

신랑: Okay...... I guess......



신랑은 할 수없이 이해한다고 말하더니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_-)




나중에 내가 다시 바람둥이와 바람쟁이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지만

신랑은 요즘도 가끔 헷갈린다......

그럴 때마다 이게 다 짜증녀 때문이라고 화도 내면서.....



Lesson 2




만날 때마다 신랑을 붙들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뭔가 가르치려고만

들자 신랑은 짜증녀만 보면 짜증을 내게 되었다......




신랑: 그 여자랑 놀지마.... 피곤해

니나: 놀긴 누가 놀아...... 어쩌다 마주칠까 무서운데.....




신랑: Ugly 한 여자를 뭐라고 불러?

니나: 음...... 못생긴 여자......

신랑: 뭐, 뭐라구? 왜케 길어......?

니나: 너무 힘든가....... 그럼 그냥 호박이라구 그래

신랑: 호우박

니나: Pumpkin 이란 뜻이야

신랑: 한국 호박은 이상하게 생겼어?

니나: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그냥 외워.....

신랑: Okay..... 호박, 호박......




신랑: Fat 한 사람을 뭐라고 해?

니나: 뚱뚱해

신랑: 둥둥해.....그럼 엉덩기 키리가 맞어, 아님 엉덩기 둥둥해가 맞어?
(-_-)

니나: (무슨 이 따우 질문을....-_-;;) 뚱뚱해가 맞어..... 엉덩기 키리라는
말은 쓰지마

신랑: 싫어.... 쓸거야.... 엉덩기 키리는 멋진 말이야...... (-_-)




신랑: I don't like you 를 뭐라고 해?

니나: 왜 자꾸 그런 것만 물어봐?

신랑: 그냥....

니나: 난 너 싫어해

신랑: 너무 길어.....

니나: 그럼.....그냥 미워!!!? 그래

신랑: 미오!!!!



짜증녀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순 그런 말뿐인가 보다.... (-_-)

그래도 그 때까진 신랑이 그 말들을 진지하게 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Lesson 3



호놀룰루 한인 축제가 열렸다.

여러 한인 단체들이 모여서 운동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경품 추천도 하는 날이다.

신랑을 데리고 점심때가 좀 지나서 나가 보았다.

우선 친구들이 있는 텐트로 갔다.




니나: 점심 남았니?

친구: 글쎄......비빔밥이었는데.....




신랑은 비빔밥이라니까 신나서 폴짝폴짝 친구를 따라갔다.

(신랑은 비빔밥을 무척 좋아한다. 역시 신혼 여행 일지 (1) 참조..... ^^)




그런데 텐트에 들어서자마자 신랑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여러 명의 남녀가 섞여서 커다란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데다가

남은 밥을 넣고 무자비하게 퍼먹고 있었던 거다.....




신랑: 뭐, 뭐야..... 저 사람들은.....




신랑 눈에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식을, 그것도 바가지에 담아

퍼먹고 있는 모습이 큰 충격 이었나보다.

놀란 표정으로 나와 친구에게 속삭인다.





신랑: Those people......돼지 사람...... (-_-)





하여간 배운 단어를 이리 저리 붙이는데는 따라갈 자가 없다. (-_-)

친구는 신랑이 한 말이 재밌나 보다....

밥 먹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친구: 그만 좀 먹으쇼..... 돼지 사람이라고 그러쟎아......



역시 예상했던 데로 사람들은 고개 한번 돌려보는 법 없이 계속

밥만 퍼 먹는다. (-_-)



신랑: 무써와..... 돼지 사람..... (-_-)



사람들이 대충 밥을 다 먹었는지 한 명씩 물러선다.

그 중에 짜증녀도 있을 줄이야.......

짜증녀가 신랑에게 다가온다.....




짜증녀: Am I a pig?

신랑: ..........

짜증녀: Am I a pig?!!!!!!




농담으로 한 말이어서 딴 사람들은 그냥 웃고 있었는데 짜증녀는

괜히 화가 났나보다.

정작 그 말 들었을 땐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퍼먹었으면서......

속도 좁구먼.... 짜증나게시리.....





짜증녀의 기세에 잠깐 쫄렸던 신랑이 이내 결심이 섰는지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다 들리도록 크게 외친다.....




신랑: Yes!!!!!! You!!!!! 둥둥해!!!!!!




짜증녀, 자기의 귀가 의심스러운가 보다.....





짜증녀: Wh.., what......?

신랑: 엉덩기...둥둥해.....!!!!!! You are 호우박......!!!Oh, 미오!!!



짜증녀, 거품을 물고 날뛰기 시작한다.





짜증녀: No, no, no!!!! I'm not 뚱뚱!!!!! Don't say that to a woman!!!!
I?m a woman!!!!! I am hurt....... I am not 뚱뚱......!!!!!!! Oh, my
God!!!!! I'm beautiful lady..... (-_-)..... You have to say sorry!!!! Of
course!!!!!! You should say sorry......

(굳이 읽을 필요 없는 부분이었음)



화가 나서 그런지 영어가 몽땅 뒤집혔나보다....

문법도 엉망이구 발음도 엉망이구.... 뭐라 떠드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짜증녀답게 무섭게 발악을 하며 짜증을 부렸다.....



짜증녀: I never heard that!!! I am popular!!!! Not 호박!!!!

신랑: ................(-_-)

짜증녀: No 호박!!! No, no..... Never!!!!!!




신랑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짜증녀, 신랑이 말이 없으니까 더 열이 받는다......



짜증녀: Tell me!!!! (뭘?....-_-) You! You are 호박, too!!!!! Yes,
you!!!!! I am not ugly...... You are!!!!!



짜증녀가 도무지 끝낼 기세를 보이지 않자 나와 친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때, 신랑이 단 한마디로 이 유치한 발악을 끝내 버렸다.......




신랑: Wait!!!!!!!




짜증녀, 발악을 잠시 중지하고 신랑을 노려본다






짜증녀: What?

신랑: Your teeth..... 김 켰어......





짜증녀, 순간 1.5초 정도 동작 정지가 된다.

신랑의 어눌한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나보다.......

아닌게 아니라 비빔밥에 김을 넣고 먹었는지 아랫니에 까맣게

김이 껴 있다. (-_-)





짜증녀, 순간 멈춤에서 풀려나자마자 입을 가리더니 오물거린다.....

10초 정도가 지났다.

김이 처리됐나보다.

그러더니 다시 발악을 시작한다.

지독한 인간이다. (-_-;;)






짜증녀: Anyway...... you should say sorry....!!!!!! You....

신랑: Wait!!!!!

짜증녀: What!!!!!?

신랑: Still...... 김 켰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웃느라고 잔디밭을 구르고 있다.......

짜증녀, 결국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짜증녀는 그 후로 더 이상 우리랑 친한 척 안 한다.

울 신랑 만세다......


신랑이 일주일에 두 번씩 럭비 연습을 하러 다닐 때 일이다.

대학에 있을 때는 풋볼을 했었는데 2학년 때인가 허리 부상을 입었다.

대학 풋볼팀에서 뛰려면 의사의 검진을 받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허리 땜에 의사가 무리한 운동을 해선 안 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필 허리를..... -_-

꿩 대신 닭이라고 럭비 팀에 들어간 것이 졸업한 후에도 아직까지

동네 럭비 클럽에서 경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저녁 일곱 시쯤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다시 돌아왔다.





니나: 왜 벌써 왔어?




신랑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신랑: 아무도 안 나왔어.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신랑은 툴툴거리며 럭비 팀 캡틴인가에게 전화를 건다.

옆에서 들어보니 매주 연습시간이나 경기 시간에 변동이 있으면

캡틴이 이멜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 주는데 울 신랑을 깜박 했단다.....





전화를 끊고 나자 신랑은 더 열 받은 표정이다.....

실수라고 해도 자기만 빼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한테 화풀이하려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었다 ........

(어이구, 내 팔자야~)

신랑이 화난 목소리로 묻는다.





신랑: 뭐 만들어?

니나: 비빔밥인데 먹을래?

신랑: 오케이......





신랑과 나의 가사 분담은 철저하다....

내가 밥하면 신랑이 설거지하구 내가 빨래하면 신랑은 청소한다.

내가 일주일에 3번 밥했으면 신랑도 3번 밥한다.....

민주적이지 않은가?

오늘은 신랑이 럭비 연습을 갔기 때문에 내가 밥을 했다.





비빔밥을 그릇에 이쁘게 담아서 신랑에게 주었다.

시부모님은 먼저 일찍 잡수셨기 때문에 둘이서만 먹게 되었다.

근데 이 인간이 안 하던 밥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신랑: 왜 계란 없어?

니나: 귀찮아서 안 만들었어....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간다.

정 먹고 싶으면 자기가 부쳐서 먹는다.

근데 오늘은 심기가 안 좋은 날이다.





신랑: 계란 없는 비빔밥이 어딨어?

니나: 여깄어..... (-_-)





그 놈의 비빔밥, 괜히 맛을 들여놨더니 별걸 다 따진다.




신랑: 안 먹어.....

니나: 먹지마 .... (-_-)

신랑: 계란 안 만들어 줄거야?

니나: 만들어 먹어. 딴 땐 잘 하더니.....

신랑: 오늘은 피곤하잖아.....




연습도 안 했으면서 웬 피곤?

식탁 앞에서 계속 투덜거릴까봐 할 수 없이 계란을 부쳤다.





니나: 자, 먹어

신랑: 어, 노른자 터져서 익었어.....

니나: 그래서?

신랑: 비빔밥 계란 노른자는 익히는 거 아냐

니나: 누가 그래?

신랑: 니가....... (-_-)

니나: 할 수 없어.... 그냥 먹어

신랑: 그럼 어떻게 비벼...... 안 먹어!!!!!

니나: 먹지마!!!!!!






나와 신랑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놀란 것은 방에서 텔레비전

보시던 시어머니다.

시아버지는 텔레비전 볼 땐 아무한테도 신경 안 쓰신다. (-_-)




니나: 왜 나한테 화풀이야!!!!

신랑: 내가 언제!!!! 니가 비빔밥을 이상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시어머니가 결국 부엌으로 나오신다.




시어머니: 무슨 일이야?

니나: 계란 잘못 부쳤다구 화내잖아요

신랑: 이거 봐요, 계란 터졌어요.....





시어머니 표정, 가관이다...... 아들이지만 한심하다......




시어머니: 그냥 먹으면 되겠네

신랑: 안 비벼지잖아요

시어머니: 아, 그냥 먹어!!!!




쌤통이다......

시어머니가 신랑을 혼내는 동안 나는 옆에서 화난 얼굴로

(사실 웃음을 참고 있었음) 혼자서 비빔밥을 다 먹었다..... (-_-)

그리고 방에 들어와 버렸다.....





잠시 후 똑똑 방문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머니다.




시어머니: 화났니?

니나: 아니, 뭐......

시어머니: 저 딴 놈 밥은 왜 만들어줬어.....? 너나 먹지 ......





울 시어머니 세상에서 젤 착한 시어머니다.....

고부갈등 절대 없다.

신랑이 꾀부리고 집안일 안하면 나보다 시어머니한테 먼저 혼난다.





시어머니가 가고 나자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설거지 하나 부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내가 먹은 비빔밥 그릇 안 씻어놨다..... (^^)





신랑이 방으로 들어왔다.

표정이 누그러진 게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왔나 보다.






신랑: 화났어?

니나:............

신랑: 말 안 할 거야?

니나: .............





신랑은 내가 화난 표정을 풀지 않자 애교 작전으로 나가 본다.

내가 한국말에 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동안 배운 단어를

사용해 본다




신랑: 아나조.....

니나: 싫어

신랑: 뽀뽀조.....

니나: 아, 귀찮아......





신랑, 잠시 당황한다....

여태까진 이 정도만 해도 내가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참 밸도 없었다..... -_-)




신랑: 엉덩기 이뽀...... No 엉덩기 키리......




오호라, 이건 신랑으로선 많이 양보한 거다.....

화는 이미 풀렸지만 어디까지 가나 보기로 하고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신랑: 싸랑해......

니나:...........




애교 부릴 말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근데도 내가 아무 말 안 하자 신랑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겨우 생각해 낸 게 있나보다.....

갑자기 주먹으로 내 가슴을 막 두드린다




신랑: 모라, 모라, 모라.....





웃음이 목에까지 차 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참고로 울 신랑 키 190 이다....

아까 말했듯이 풋볼 했었다..... (-_-)

그 덩치에 나한테 매달려서 몰라, 몰라 라고 하고 있다.

언제 춘향전이라도 봤나..... 하여간 희한한 건 어디서 배워서

잘 외워둔다......




어디 얼마나 망가지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표정을 굳혔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니까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나마 험상궂은 내 얼굴이 더 무서워졌다.

신랑의 표정이 점점 공포에 싸인다.




갑자기 굳은 결심을 하는 듯하더니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 얼굴 앞으로 쑥 내민다.




니나: 뭐, 뭐하는 짓이야? 이거 치워!

신랑: 미오, 미오.... 때치, 때치




신랑이 자기의 엉덩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침대에 뒤집어져서 마구 웃기 시작했다.




니나: 우하하하하..... 미치겠다..... 그딴 건 어서 배웠어...... ?

신랑: 너한테...... (-_-)





신랑: 화 풀렸지?

니나: 좋았어..... 오늘은 봐주지.....




신랑의 얼굴이 확 밝아지면서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띤다.

저 미소는 뭔가 음흉한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반격이 두려운 듯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선다.





신랑: 그럼 거짓말 한 것도 용서해 줄 거야?

니나: 무슨 거짓말했는데?

신랑: 넌 아직도 엉덩기키리거든

니나: 야!




약사빠른 인간 같으니........

잽싸게 문 뒤에 숨더니 고개만 내민다.




신랑: 멜론!!!!!!




갑자기 이건 또 뭔가.....




니나: 갑자기 웬 멜론?

신랑: 멜론!!!!

니나: 어디?





내가 못 알아듣자 신랑은 엄지손가락을 뺨에 대고 흔든다.





신랑: 멜론!!!!!!



아니, 이제 보니 내가 신랑 놀리고 도망갈 때 메롱! 했던 거를

고새 배워서 따라하는 거다.





니나: 거기 안 서!?




우당탕 거실로 도망간 신랑을 잡으러 뛰어나갔다.

열 받게시리 도망가면서도 계속 멜론거린다..... (-_-;;)

그 소리에 놀란 시어머니 다시 나온다





시어머니: 왜 또 야단들이야?!!!!





대답도 하기 전에 시어머니가 신랑을 붙잡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셨다.






시어머니: 아니, 신경질 내는 거 밥 멕여 놨더니 이제 디저트가지고 시비를
걸어?

신랑: ???????????

시어머니: 멜론 먹고 싶음 니가 나가서 사와! 시끄럽게 굴지 말구!

시어머니 이번엔 정말 화나셨나 보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신다.

신랑 표정 가관이다.........

다시 한번 쌤통이다........ 끝
Posted by 빈블랭크

★백수 :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  할까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건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되어 가는거 같다. 그녀가 내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안끓여줬다고 삐졌나 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딱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녀석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실업잔가부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사다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책들을 재밌게 본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