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5

 


사람과 사람이 친해진다는 것을.....

항상 나는.. 좋은 일인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 없는 사람의 삶은.... 감히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복감은 커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녀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점차 친해질 수 있었고.....

난 그것을 당연히 좋은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친해진다'는 것이....

그녀가 나를 삥 뜯는 것을......

그토록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지는 정말이지 몰랐었다.......


예전에는.... 그녀가 삥을 뜯어갈 때.......

'안돼요'라고 내가 거부를 하면.....


그녀는.... 땅에 침을 '찍'하고 뱉는 다거나.......

'욕'을 해 대며 위협을 가하곤 했지만......


요즘의 그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곤 한다........


담배를 달라는 그녀의 말에.......

"내가 왜 너한테 담배를 줘야 하는데...... 나한테 담배 맡겨놨냐......???"


라고... 대답을 해 주면......

그녀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곧장 반격을 해 왔다.....


"왜그래...... 우리 친하잖아...........^-^"

라고...;;


뭐.. 예전보다야 훨 낳아진 그녀였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그녀에게 삥을 뜯기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지 않은가..........


하지만... 나를 정말로 괴롭게 하는 것은.....

그러한 삥 뜯김이 아니었다...

 


며칠전 저녁이었다......


그날도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금 창문을 열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 왜........?? 아까 집에 갈 '차비' 줘짜나...."

"웅.... 다름이 아니라....... 오늘 내가 허리가 많이 아파서 그런데......

내 가방 좀 마끼자........ 내일 아침에 등교할 때 다시 찾아갈께....."


나는 '허리가 아프다..'는 그녀의 말을 고지 곳대로 믿었고....

마음 약한 나로서는... 당연히 그것을 거부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 난 그것을 거부했어야만 했다........


그 날만 가방을 맡길거라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녀는.. 하교시간만 되면 매일 같이 내게 가방을 맡겨왔고.....


그 이후로는.....

교복과 몇벌의 사복까지 맡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등교할 때는 내게서 가방과 교복을 받아가고.....

하교할 때는 사복을 받아갔으니....


한 마디로 그녀는....

내 원룸방을 자신의 사물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통틀어서....

사복에 작은 핸드백만 메고 등교하는 여고생은...

그녀밖에는 없을거다.....


뭐... 나중에는.....

벼리 별 물건을 다 맡기는데.....


지금 내 방에 있는 그녀의 물건만 대충 봐도.......


"그녀의 옷들과... 참고서... 작은 핸드백... 일회용 로션 외 다수의 화장품....

세면 도구.... 심지어는 속옷에 후리돔까지........;;"


지금 내 원룸방은.... '여자'만 있으면.......

바로 신혼 살림을 차려도 될 정도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옆방에 살던 형이..... 책을 빌리러 내 방에 들어왔다가........

내 방에 있는 여성 물품들을 보더니.......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동열아.... 너 나하고 친하지.......??"

"갑자기 그게 뭔 소리래...... 당근 나는 형을 무지하게 친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 나한테 만이라도 솔직하게 대답해줘라......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하니까...... 그냥 솔직하게 털어놔도 돼..........."

"뭔 질문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인데....... 어여 말해봐........."


"너.... 너.........."

"너.... 뭐........??"


"'트랜스젠더'지.........??"

-_-;;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내가 그녀를 왜 돌봐주는지... 나조차도 의아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녀가 사회에 대응할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그녀의 그 모든 걸 이해해주고 아껴주겠다......." 라고 했던...

내 자신과의 약속을... 아직은 지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그러한 작은 배려는..........

예전의 반항적이고 거칠었던 그녀의 성격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마음어린 추억으로 만들어 가고 있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많은 비가 쏟아졌었고.........


자정이 다 되던 늦은 시간이라.........

나는..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끈 체 누워 있었다.........


그때였다.......


창 너머로....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게 아닌가.........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잠시금 의아한 생각을 갖기는 했지만.....

창문을 열어 그녀를 본 나는.... 곧장 그녀에게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그 많은 비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고......

추위를 심하게 타고 있는지..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너 어떻게 된거야... 이 시간에.. 그것도 우산도 안 들고..... 왜 그래 무슨 일 있
어.........??"

"무슨 일은 무슨 일.....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거 보니까.. 뭔 일이 있긴 있구만...... 뭔데.......??"

"나.... 있잖아.........."


"그래..... 빨리 말해봐..........."

"가출했어.... 그래서 말인데.. 나 며칠간만 니 원룸에 좀 묵어야 쓰겠어..."

-_-


'가출'이라는 두 단어를.....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출'했다고 해서.... 아직 여자도 모르는 나...우리집에 머물겠다고 하는 그녀......


나는 잠시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추위를 너무 타고 있던 그녀인지라......

일단 나는...옷이라도 갈아 입히려고....

내 원룸방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내 방에는 이미 그녀의 옷들이 있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고......


그녀가 옷을 갈아입자......

나는 곧장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근처 커피숖이라도 가서 얘기 좀 하자...."

"가긴 어딜가..... 나 피곤해........ 그냥 잘래..........."


"야.....!! 너 여기서 자다가 걸리면.... 나까지 부모님께 쫒겨난단 말야........."

"그거야 니 사정이구..........."

-_-;;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정말로......

내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황한 나는.....

조금은 애절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청을 넣어보았다......


"그러지 말고.... 많이 피곤하면 근처 여관이라도 잡아 줄테니까....

거기서 자라.... 너 이러는거 들키면.. 나 정말로 쫒겨난단 말야........."

"여관에서 자려고 했으면... 너한테 오지도 않았어.....

조용히 자다가 갈 테니까 며칠간만 부탁해......"


"야..... 너 이렇게 자면......... 그럼 나는 어디서 자라구.......??"

"사내 X끼가 밖에서 자면 좀 어떠냐........!! 어여 꺼져.....!!"

-_-;;


그날 밤......

결국 난.. 원룸 처마 밑에서.. 추위에 몸을 떨며.....

날밤을 까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와 나는... 삼일간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된다.........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