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6

 


오래 전... 혼자 사는 누나집에..

얹혀 산 적이 있었다...


'좃도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동거질이야..."라는 식으로...

동네 주민들의 찡그린 눈살을 받기는 했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이 내 가슴을 억누르던 그 시절...

나에겐 정말로 잊혀질 수 없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동거'라는 두 단어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그리 좋은 이미지로 자리잡혀 있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에게 있어 동거는... 의지할 때 없던 서로에게...

마음적인 위로를 해 주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아직은 어린 네가.. 나로 인해 남자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라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여자친구를 아껴주었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


나는.. 아직도 어리기만 한 고등학생인 그녀를 상대로.....

'동거'라는 두 단어를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의 여자친구와 나누었던 '사랑'도.. '남녀'의 의미로서도 아닌...

서로에게 잠시간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의미가 더욱 크지 않을까 싶다...

 


전날 밤을 꼬박 지새웠던 나는...

아침이 다가오자..

그녀를 깨우기 위해 다시금 원룸의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라..

여전히 그녀는 고이 잠을 청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방문을 조심히 열었을 때....

나는 보아선안될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그녀는 속옷 차림으로.. 교복을 갈아입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앗.... 미안...... 헤헤.....^-^;;"

"십새야..... 빨리 문 안 닫앗......!!"


"뭐... 볼 것도 없구만...... 나 신경쓰지 말구 하던 일 마저해.....;;"

-_-


내가 요즘 개김성이 참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개김성은 곧장 내게 '화(禍)'로서 다가왔으니....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탁상용 시계를 내게 집어던진 거였다....


"휘리리릭~~*" <'' 시계 날라오는 소리...;;


어릴 적부터 유난히도 운동신경이 좋았던 나였기에....

나는 가볍게 몸을 피하며.....

날라오는 시계를.. 정확히도 내 이마로 막아주었다....


"퍼~~~억~~~*" ㅡ.ㅜ 흐흑...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벌써부터 학교 가려구......??"

"나.. 오늘 주번이야.... 일찍 가야해........"


"오올~~ 너가 그런 것도 신경 쓰냐.....??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켜켜..."

"너... 그거 아니......??"


"뭘.....??"

"다음에는 시계가 아니라.. 사시미 칼을 너한테 던질지도 모른다는 거...."

-_-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나가자... 근처에 해장국 잘하는 집 있어....."


사실 나는.. 그녀가 왜 가출을 한 것인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한번 생각해봐라...


고등학생인 여자애가 가출했다면서 재워달라고 하는데...

그 어떤 성인이 그러한 여고생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녀 또한.. 내가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대해....

우려하고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따라서 나는.... 그녀가 먼저 그러한 것에 대해....

내게 조금이나마 설명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는 그 시간동안에도.....

끝끝내 그 어떤 말도 해 주질 않았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먼저 그 궁금증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기다리고 싶었다.....


"언젠가.. 그녀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열 때까지....."


해장국집에서 나오면서...

나는 점심에 먹을 그녀의 도시락에 대해 잠시금 말을 건넸다....


"점심때 먹을 '도시락' 가지고 가야하는 거 아냐....?? 근처에 도시락 전문점 있으니까..

거기 잠깐 들렀다가자...."

"됐어.... 도시락은 무슨 도시락........."


"왜.... 그럼 점심은 어떻게 하려구.......??"

"울반 애들 도시락이.. 전부 내 도시락이야....."

-_-


가끔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던가에 대해....

깜빡깜빡 잊곤 하는 듯 싶다.....


나는 도시락을 대신해....

근처 약국에서 '쌍화탕'을 하나 사서 그녀에게 건넸다.....


"어제 비 많이 맞아서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 이거라도 좀 마셔......"

"얌마....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라..... 지가 천사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늘 그렇듯이... 그녀는 나의 따스함을 항상 저런 말투로 회피하곤 했었다....

하지만 나는.... 저런 말을 하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던 그녀의 눈빛만은 놓치지 않고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내 차가운 머리보다는 뜨거운 심장이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등교를 해 버렸고....

나는 다시금 원룸으로 돌아왔다.......

 


원룸으로 돌아온 나는.. 잠시금 걱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의 가출도 걱정스러웠지만...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옆방의 형 때문이었다.....


우리 원룸은 방음시설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아무리 그녀가 조용히 잠만 잔다고 할지언정....

옆방의 형만은 그 모든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나는 솔직하게...

지금의 내 상황을 옆방 형에게 자세히 털어놓기로 했다.....


"형... 사실은 말야 '이렇궁 저렇궁 해서 이렇게 된거거든.....'"

"그러니까.. 동열이 니 말은... '이렇궁 저렇궁 해서 이렇게 됐다는 거지....??'"


"웅... 그러니까 앞으로 몇 일간만 원룸 아주머니께는 좀 비밀로 해줘...."

"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뭐가 필요한데....??"

"한 달간 내 빨래 대신해주면... 고려해보지...... ^______^ 씨익..."


"시발....-_-a"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빨래하는 것이었다....


뭐 그것은.. 혼자 생활하는 모든 이들의 귀찮은 일거리 중에 하나 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유독 빨래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빨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게 나였다.....


하지만 옆방의 형은.. 나보다 더 빨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는.. 옷을 갈아입는 것을...

일년의 연중행사 때나 하는 일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러한 형의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나는 그 조건이 그렇게 힘든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빨래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팬티를 갈아입던 그 형이.....

하루에 한번씩 팬티를 갈아입는 것이었고...


삼일에 한번 꼴로 양말을 갈아 신던 사람이.....

매 시간마다 양말을 갈아 신어버렸던 것이다......;;


산더미 같은 그 형의 빨래거리를 보면서...

눈물을 찔끔거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덕에... 그녀가 원룸에 머물렀다는 것은...

영원한 비밀로 묻혀질 수 있었다......


지난밤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 나였기에....

형에게 비밀을 약속 받은 나는... 곧장 잠을 청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던 무렵.....


창 넘어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의 단잠은 쉽게 깨져 버리고 말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나는 잠시금 창을 열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업 끝난거야.....?? 후아암... 쩝......"

"아직도 자고 있냐......??"


"너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잤잖아....... 왜.. 방에 들어 올려구...? 방 비워주까....??"

"아냐..... 차비 달라고........"


"차비...?? 집에 들어가려구.......??"

"가출 하루만에 집에 가면 그게 가출이냐...!! 밤에 다시 올테니까.. 돈 점 줘......"


"어디 갈려구....??"

"시발... 니가 내 꼰대라도 되냐........?? 돈이나 줘.......!!"


가끔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학교가 끝나면 항상 어디엔가 다녀갔다가 집으로 향하는 듯 싶었고....

그곳이 어디인지는 항상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궁금증은... 결국은 다음 날이었던 내일....

그녀와 함께 그 곳을 다녀오게 됨으로써... 모든 것이 풀리긴 하지만.....

그녀에게 먼저 의문을 품지는 않겠다는 나였기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비'만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정이 다 되어가던 시간....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다시금 내 원룸으로 찾아왔다.....


"야...!! 문 열어........"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일단 나는.. 그녀를 원룸으로 조심스레 들였다....


"고등학생이 이 시간까지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냐...."

"너 자꾸 꼰대 같은 소리할래.....??"


"후훗...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나 오늘도 밖에서 자야돼......??"

"그럼 나하고 같이 잘래....?? 하기사 숙박비라도 대신해서.. 오늘 내가 한번 줄까.....??"

-_-


"됐네요.... 나는 신문에 원조교제로 내 이름 석자 올리고 싶지 않아.....;; 나갈 테니까..

일찍 자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살며시 문을 열어...

밖으로 내 몸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녀가...

문밖으로 나가려던 나의 한쪽 팔을 잡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다시금 그녀를 바라보았고....

나의 눈빛이 그녀에겐 부담이 되었는지.....

그녀는 얼굴을 반쯤 돌린체.... 잠시금 말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


"사람을 붙잡았으면.. 뭔 말이라도 해야 될거 아냐......... 왜.. 왜 그런데..............??"

"..............."


그녀는 너무도 그녀답지 않게...

나의 질문에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머뭇거리기만 했다......


나는 싱겁다는 듯이.. 그녀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내주고는......

다시금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는 나의 팔을 다시 한번 잡더니......

내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말은.... 나의 사고를 한동안 완전히 멈춰 놓아버리고 말았다.......


"나.... 나.........

오늘밤....... 혼자 있고 싶지 않아......"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