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여고삐리에게 삥뜯기구 있다..10

 


"다진씨 되시죠...?? 반가워요.. 딸애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른 시간.. 갑작스레 나를 찾아온 그녀의 어머니......


턱수염이 더부룩한 꾸질꾸질한 몰골의 나였음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싱긋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렇게 첫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녀가 저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혹시 나이 많은 꼬붕이라고 하지는 않던가여....??"


라고.. 말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아... 네에...... 안녕하세요........ '김다진'이라고 합니다..........(__) 꾸벅..."


일단 우리는 근처 커피샾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녀의 어머니는....

듣기 좋은 인사말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딸애를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셨다면서요...... 고마워요....

아직 철이 없는 애라 버릇이 조금 없을텐데........"

"버릇이 조금 없다녀.. 버릇이 아주 많이 없져.......-_-a"


"네......??"

"넝담이에여.. 넝담....... 하핫..........^-^;;"


간단한 인사말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얘기를 꺼내고자 하는지는...

쉬이 느낄 수가 있었다.....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셨으니 고마워요....'라는 말은.....

앞으론 그녀를 보살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어머니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을 했던 나였기에.......

우리는 커피샾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할 필요는 없었다.........


예상했듯이 말씀의 요지는 간단했다.......


"그녀와 내가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한단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녀의 새아버지는 노력했고...

그녀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열리고 있었건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금 그녀는...

자신의 새아버지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시점이...

나와 그녀가 만났던 시기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마음을 의지하기 시작했고....

마음을 의지할 공간이 생기자...

다시금 그녀의 새아버지를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하는 말씀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단코.....

그녀의 어머니가 단순히 '만나지 말라'라고 해서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날 때부터....

내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아껴주겠다고........."


그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러한 그녀에게 내가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를 알게 된 이 시점...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그런 유치찬란한 말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가 사랑을 했다라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나는 그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금 피해있는 것뿐이니........


남은 건.. 이제 그녀와 어떻게 헤어져야 하느냐의 문제였고....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군대'였다.....


물론.. 내가 정말로 군대에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대에 간다는 거짓말로...

자연스럽게 그녀를 떠날 기회를 잡겠다는 거였다.......

 


그로부터 몇일 뒤.....


나는 그녀를 .... 그녀와 함께..

그녀의 친아버님 산소를 다시금 찾아갔다......


그녀에게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 시점.....

그녀의 친아버님에게나마...

눈물어린 하소연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옆에 둔 체로.....

나는 잠시금 눈을 감아....

그녀의 친아버지에게 무언의 소리를 내 뱉었다.....


"따님 때문에 그동안 저 고생 많았어요.....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뻑하면 욕하질 않나...

어린것이 담배를 달라고 하질 않나....... 근데 이젠 그 고생..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저 이제 따님과 만나지 말아야 하는 거래요......

허전하지 않겠냐구여....?? 귀찮게 굴었던 애랑 만나지 않게 됐는데...

시원하면 시원하지 왜 허전하겠어요...... 근데 미안하네요...........

끝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었는데...... 끝까지 그녀의 향기를 맡고 싶었는데..........."


소리없이 떨어지는 비가 내 앞을 흐릿하게 하고........

감았던 두 눈을 살며시 떴을 때.....

그녀는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갑자기 울아빠 산소에 오자고 하질 않나....

청승맞게 혼자 눈물을 글썽이질 않나............."

"나...... 사실 너한테 고백할게 있어........"


"고백...?? 괜히 사람 겁나게 만드네.... 뭔데.....??"

"나.... 군대가............"


"군대.....???"

"웅........"


"너 시험 합격하면 장교로 간다고 그랬잖아....."

"그렇게 됐어......."


"군대 가면 가는거지.... 청승맞게 군대가는 것 땜에 눈물이나 짜냐....... 언제가는데......??"

"내일................."


".................."

"............."


"낼........ 몇.......시에.......... 가는.....데................."

"너.. 학교가야 하잖아....... 나 혼자 갈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녀였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결국 그녀는....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내게 함껏 소리쳐 왔다..........


"야이.. 시방새야..... 낼 군대가는데 이제야 나한테 말해주면 어떻하냣..........!!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거얏........!! 나쁜 X끼야... 내가 너한테 그 정도밖에 안되냣.......!!"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없이 울고 있던 그녀를.....

잠시금 바라 볼 수밖에는............


산소에서 내려온 우리는.....

서로의 손만을 꽉 잡은 체.. 그 어떤 말도 하질 않았고.........

다시금 서울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서서히.. 우리의 이별을 거짓말로 장식해야만 했다.....


"여기서.. 우리 헤어지자........"

"..........."


"누구나 다 가는 군대인데...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니......."

"편지 쓸 거지.....?? 휴가 나오면.. 나한테 곧장 전화 할거지..........??"


"..............."

"왜 아무 말 안해...........!!!"


"그래...... 그럴게............. 너....... 잠시만 안아봐도 될까.........??"


그녀는 내게 잠시금 자신의 몸을 맡겼고.......

나는 그런 그녀를....

살며시 안아 주었다.......


그녀의 머리 결 사이로 흐르는 좋은 향기가...

내 코를 적셔왔다.....


이제는 그러한 그녀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겠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를 아껴주겠다던...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으니......


내 품에 안긴 그녀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내게 말해왔다.......


"오빠..... 오빠.............. 가지마..."


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이별로......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다음 날 나는....

핸드폰을 정지시킨 체.......

그녀와 혹시라도 만날 수 없는 먼 고시원으로 이사를 갔다......


그녀는 기다리겠지.......


내가 보낼 편지와 내가 나올 휴가........

그리고 2004년....

내가 제대할 그 날을..........


자신이 힘들게 마음을 열었던 그 남자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체.. 떠나갔다는 것도 모르고......


잠시금 그녀를 피해있는 것뿐이라고...

그렇듯 내 자신을 위로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나는.. 내가 아끼던 그녀에게....

크나큰 죄를 지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훗날..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아니.... 언젠가는.. 아주 먼 언젠가는....

내가 그녀를 다시금 찾을 것이고...


그 때의 그녀가..

이런 나를 용서해주지 않기를 마음 깊이 바래본다.....

 


아직도 나는.. 그때의 내가 선택한 그 길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는 쉬이 판단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아껴주며.....

내 손길로..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더하곤 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없듯이.......

이미 나의 선택은 그렇듯 흘러갔고.....

그 선택의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녀의 상처가... 아물기를........."

 


그녀가 없는 아침에도...

새는 지적이고....

그녀가 없는 점심에도....

분주히 사람들은 돌아다니고....

그녀가 없는 저녁에도....

어둠은 서서히 세상을 가려왔다.....


이처럼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지만.....

내 곁에 그녀만이 없는 세상....

그것은... 내게는 너무나 텅빈 세상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어이 젊은 오빠... 담배 불 좀 빌립시다......."라는...

그녀가 서 있을 것만 같은데.....


서로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었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하지는 않으련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을까...


내가 그녀에게 삥 뜯겼던 것......

그것은...

담배도... 차비도..... 잠자리도 아닌.....


a true heart...

하나의 진실된 나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그녀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녀만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에.....


나는 그녀에게.....


감사드린다......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