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의 내가...

열여덟 살짜리 여자 고삐리에게 삥 뜯기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런 날 보고 뭐라고 할까...??


"XX 같은 놈 나이 값도 못하네...!!"라고 할까...

아니면.. "너 같은 놈은 접시에 코 박고 죽어라...!!"라고 할까....;;


아휴... 생각만 해도 내 자신이 정말로 처량해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고삐리가 정말로 무섭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이며...

주렁 주렁 코에 걸린 코걸이하며...

담배를 필때마다 침을 '찍'하고 내 뱉는 모습까지...


마치 그 애의 모습 하나 하나에는...

"나.. 무서운 사람이야"라고 쓰여있는 듯만 같았다......


그런 무서운 고삐리가......

"어이 젊은 오빠.... 담배 불 좀 빌립시다..."라고 하는데......


겁 많고 소심한 내가...

"아 시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근데 그것은 문제꺼리도 아니었다......


처음엔 담배 불만 빌리던 그 애가...

나중엔 담배 자체를 달라고 하는데......


청소년을 사랑하는 이십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이....

어떻게 그런걸 두고 볼 수만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건... 내 생각만 그렇다는 거고.....;;


이미 내 손은....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서....

두손 모아 불까지 공손하게 붙여 주고 있으니.....;;


이거 참... 자존심의 문제를 떠나서.....

내 자신이 왜 이렇게 한심하게 느껴지던지..... 참.....-_-;;

 

그 애와 늘상 만나게 되는 곳은...

학원 근처의 버스 정류장 앞이다.....


그 시간이면 버스 정류장 앞에는...

많은 이들이 분주히 지나다니곤 하는데.....


그들이... 담배를 물고 있는 우리를 보며 혀를 '끌끌'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턱 수염이 더부룩한 이십대 중반의 한 놈은....

반바지 차림에 쓰레빠를 끈 체로.. 담배를 물고 있고.....

그 옆에는...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교복 차림의 고삐리가...

코걸이를 한 체로 담배를 뻐끔대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봐도...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매일 같이... 그 양아치 여자 고삐리 때문에 고통을 받던 난...

드디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두둥~~*"


'두둥'이라고 해서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

설마 내가.. 그 애를 야단 칠 결심이라도 했겠는가....


말했잖은가... 나 겁많고 소심하다고....;;


내가 결심한 것은 다름아닌 '이사'였다......


어차피 고시원 생활하는 거...

학원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면....


버스 요금도 아끼고... 시간도 벌고....

결정적으로 그 애를 만나는 일도 없어질테니.....


이런 걸 두고 '일석삼조'라고 하지 않겠는가..... -_-v 흐뭇.....

 

이사 전날....


그날도 학원 수업이 끝나고....

난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예전 같았으면... '그 고삐리를 만나지나 않을까' 조바심 내고 있었겠지만....

어짜피 내일이면 이사를 갈테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 상태였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아니나 다를까......

그 고삐리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평소 그랬듯이... 그 고삐리는 날 보자마자....


"어이 젊은 오빠... 오늘도 만나게 되네......"


라고 하더니....

검지와 중지 손까락 두 개를 붙여다 땠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주먹진 상태에서... 검지와 중지 손까락 두 개만 피고.....

그것을 붙였다 땠다를 반복해 보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_-;;


뭐... 맨날 당하는 거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삥을 뜯긴다고 생각하니....


내참... 또다시 처량한 내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 애를 보는 마지막 날이 아니던가......


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예 담배를..... 갑채로 줘 버렸다.....;;


"다 피고... 빨리 뒤져버려라.......!!"


라고.. 속으로만 외치면서.......;;


담배갑 자체를 건네 받은 그 애는....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데......


왜인지 내 입술이 점차 더 흐뭇해지는 것만 같았다......


음하하하하......-_-;;

 


다음날 아침....


드디어 나의 '이사'는 진행되고.....

새로 온 고시원에서 시작 될... 화려한 삶이 열리고 있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잠시금 창문을 열어보았다......


아침 햇살이 내 눈을 비쳐오는데.....

왜인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그 예감은 곧바로 다가와 버렸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창 건너편에...

여자 고등학교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내가 거주할 고시원 방은 이층이었고......

방 창문을 열면.... 작은 골목길 하나를 앞에 두고......

여고가 있었던 것이었다.......


창문과 여고와의 거리가 채 2m도 되지 않았으니.....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여고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여고생들의 모습까지 보였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만원경이라도 하나 준비할 것 그랬다.....


혹시 아는가......

체육복을 갈아입고 있는 여고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음하하하...-_-;;


확실히 내 예감은 적중해 가고 있었다........

 


학교 가까이에 사는 것도 그리 나쁜일 만은 아니었다.....

여고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고시생인 내게는 조금은 시끄럽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이면... 여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날 깨워주고.....


그들의 수업 종에 맞춰... 나 역시도 공부와 휴식을 병했했으니.....

내 생활의 안정 또한 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눈앞에 펼쳐진 영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흐흐....-_-;;


몇일 간은 정말로 꿈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공부에 지칠 때면... 창문을 열어 여고생들의 보습을 보았고....

그들의 활기찬 모습은 내게 힘을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공부를 하다가.....

잠시금 피로를 풀겸... 창문을 열어 보았다.....


역시도 밝고 활기찬 여고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이게 왠일.......

건물 뒤편에서 여고생 두명이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온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학교 내에서 담배질이라니.....


아마도 그들은...

생양아치이거나 간댕이가 부어도 한참 부은 애들이 아닌가 싶다...


잠시금 담배를 뻐끔대던 그들이...

내 시선의 따가움을 느꼈던 것일까.......


아이 중 한명이... 갑자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 애와 나는... 한 순간 눈이 마주 치고 말았다...... 찌리릿.....-_-++


헉...!! 근데.......


그 여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애다........


날 보며 살며시 미소까지 지어 주는데........

갑자기 두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난 창문을 '탁' 닫아버렸고.....

그 순간 내 몸은 방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렇다......


조금전에 눈이 마주 친 그 애는....


내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바로 그....

양아치 소녀였던 것이다.....


큭... 재수도 지지리 없는 놈.......흐흑.....


아씨..... 여고생들의 교복을 볼 때마다... 교복이 눈에 익은게 이상했는데.....

그 교복이 그 양아치 소녀가 입고 있던 교복이었다니......

정말이지 난... 망함에 삼수 사수까지 없는 놈이 아닐까 싶다......


폭풍전의 고요라고 해야 할까.......


그날은 별 문제없이 그렇게 조용히 넘어 갔다.....


하지만 다음날....

드디어 폭풍은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있던... 점심시간 때였다.........


갑자기 창문에 뭔가가 부닥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누군가가 작은 조약돌이라도 집어 던졌나 보다.....


잠시금 난 창문을 열어보았다......


창 건너 여고 건물 뒤편에서.....

그 양아치 소녀가 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잠시금 흐뭇한 미소를 보내더니......


"어이 젊은 오빠..........!!!"라며 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 애의 모습에 한 순간 쫄아버린 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요........??"


그녀는 땅바닥에 침을 '찍'하고 뱉어내더니......


"식후 땡 좀하게... 담배 하나만 줘봐.......!!!"


-_-;;


아 정말.... 생각같아서는..... "니 뿡이다"라고는 창문을 닫아버리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난... 겁많고 소심한 놈이다........;;


난 책상위에 있던.. 담배 한 개피를 꺼내서.....

여고 쪽으로 집어던져 주었다.......


그애는 그 담배를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고마워... 젊은 오빠......!! 자주 애용하께......!!!"라고는.....

서서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_-;;

 

그렇게 나의 삥 뜯기는 생활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뜯겼던 삥의 전초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으니.......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