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마다 확인하는 사랑..♡ 

얼마전 주말이었습니다. 

전 어떤 약속장소 앞에서 제 여자친구와 

6시에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지요. 

하지만 그 날 제가 학교에서 있던일이 

조금 빨리 끝나서 

전 약 한시간 정도 먼저 약속장소에 갔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낮은 계단에 앉아 


신문이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짜증이 나더군요. 

여하튼 제가 일찍 끝나서 기다리는거니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하고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5분후에 

한 남자가 제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인데다 사람들이 하도 많은 곳이라 

전 누구를 만나러 왔나보다 생각하고는 

그냥 대수롭지않게 넘겼습니다. 

그리곤 계속 신문에 눈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분후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또 다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요. 

순간 참 이상하군. 

아까 그 사람이잖아라고 

다시한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신문을 보았지요. 

그리고 또 10분후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때 부터 전 그 사람에 대하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10분에 한번씩 나타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까?하고 말입 니다. 

제가 신경을 쓰게 된 이후에도 

그 사람은 정확히 10분이면 

한번씩 그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20대 중반? 허름해 보이지만 


어딘가 은은함이 묻어나오는 

그리 잘 생기지는 않았 지만 

넉넉해 보이고 잔잔한 

미소를 가진 사람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곤 제 약속시간인 6시30분이 

될때까지 그는 10분에 한번씩 

7번을 제 앞에 나타나선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제 여자친구가 

30분정도 더 늦은 것이었습니다. 


솔직이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말이 1시간 30분이지 그 사람많은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1시간 

반동안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게..... 

여하튼 전 계속 그자리에 앉아 

다본 신문을 옆에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10분후 여지없이 그 사람이 또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전 이제 궁금 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였습니다. 

그 사람이 왔다간지 얼마후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에 

와서 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군요. 

약속에 꽤나 늦었나보다 

전 한눈에 그 여자가 약속에 늦었는 줄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주 초조한 얼굴로 거기에 서있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자세히 찾아보더군요. 

그리곤 약속한 


사람이 없는지 발을 동동구르더군요. 

정말 많이 늦었나 보구나 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저 쪽에서 10분에 한번씩 

나타나던 그 사람이 나타나 더군요. 

이야 10분맨 또 왔군 

주위를 전과 마찬가지로 두리번 거리 더니 

갑자기 그의 눈이 커지더군요. 

그리곤 제 앞쪽으로 

오는 것이었 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약속에 늦어서 


발을 동동구르던 그 여자 앞에 오더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 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주말이라서 그런가 차 정말 많이 막히더라.... 

미안해서 

어떡하지.... 

가자 내가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정말 맛있는 밥 사줄께? 

아니 너 하라는대로 오빠가 다 할께...." 

그제서야 그 사람이 왜 10분에 한 번씩 


그자리로 왔는지 알 수 있었 습니다. 

약속시간에 늦은 자기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미안해 할까봐 

그는 먼 발치에서 그 곳을 보고 

있다가 10분에 한 번씩 왔나 안 왔나를 

확인해 보기 위해 그 곳에 왔던 것입니다. 

가슴이 벅차오더군요. 

그리곤 그는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큰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인파속으로 멀어지더군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자신이 부끄러워 지더군요. 


전 솔직이 제 여자친구가 늦게오면 짜증을 

내려고 했었거든요 

사랑을 하려면 이 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상대의 상처와 잘못을 

조용히 감싸 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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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블랭크

" 퀴즈 하나 낼테니 맞혀 보세요."

지난 여름수련회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꼬마가 수수께끼라며 갑자기
문제를 냈다.

"5 빼기 3은 뭘까요?"

한참을 궁리했다.
난센스 문제 같기도 하고 아니면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의별 생각을 다한 뒤에 "글쎄.."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이 꼬마 녀석이 "선생님은 바보예요.
이렇게 쉬운 것도 못 맞혀요"하며 깔깔 웃었다.

내가 알려 달라고 하니
과자를 주면 알려 주겠다고 해,
과자 한 봉지를 건네주었다.








"굉장히 쉬워요.
5 빼기 3은 2예요."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꼬마는 또 물었다. "그 뜻은 무엇일까요?"

'하! 이건 또 뭐야?'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다.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이랍니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맞아!"

이후 어디에서 법문 요청이 오면

'5 빼기3'이 나의 단골 메뉴가 됐다.








오해로 인해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가?


오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던가?

이 오해는 어디서 올까?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겠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왜일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해할까?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되겠지.

누가 내게 욕을 할 때는
그럴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보자.

이해가 되면 분노가 사라진다..
이해가 되면 내가 편해진다.

5 빼기 3은 2!
삶을 새롭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졌다.









꼬마는 신이 나서 퀴즈를 하나 더 냈다.
"2 더하기 2는요?"

나는 가볍게 알아맞혔다. "4지 뭐니."

"맞았어요. 그럼 그 뜻은요?" 하고 되묻는다.

또 한참을 궁리하다 모른다고 했더니, 그 꼬마는
"이(2)해하고 또 이(2)해하는 게 사(4)랑이래요"
라고 말한 뒤 깔깔대며 뛰어간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게 사랑이라….'


올여름 땀 흘리며 얻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올겨울 여러분도 5 빼기 3으로 마음을 넓히고,


2 더하기 2로 멋진 사랑을 해보면 어떨까?
Posted by 빈블랭크

★백수 :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  할까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건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되어 가는거 같다. 그녀가 내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안끓여줬다고 삐졌나 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딱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녀석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실업잔가부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사다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책들을 재밌게 본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Posted by 빈블랭크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 혜영이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

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멘트를 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 꼬마여자였어요..


이혜영: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 입니다.


고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고객 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객:1234-5678 이요...

  
이혜영: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객: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객: 제 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 주세요.


이혜영: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 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혜영: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는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네였기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했죠---


고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고객: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빠: 여보세요...


이혜영: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빠: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말야???--)


그 때부터 미안해 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고객: 엄마가 자꾸 혁이(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이였거든요)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혜영: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변경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 넣어 주셔도

가능합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이혜영: 죄송합니다... 확인 후 전화주십시요...


아빠: 고맙습니다.


이혜영: 아...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 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멘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였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니가 아빠 술마시는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보고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을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임에도 불과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엄마 더는 울지않으시길...

  
절대로 잊을 순 없는 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Posted by 빈블랭크
★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 부터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X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자식이 왠지 한권책값으로 여러권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종나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 부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테잎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한번 못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종나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백수 :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놈이다.

★백수 : 아침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부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Posted by 빈블랭크

..  .. .. 나는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신랑이 별로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데도 혼자 신나서 무조건

붙들고 가르치기도 한다.

덕분에 신랑은 우선 한글을 대충 읽고 쓸 수는 있게 되었다.

동시에 한글이 얼마나 쉽고 과학적인 글인가도 인정했다.

그렇다, 한글은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근데 한국어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울 신랑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나도 머리 빠지는 걸 감수해야

하고 신랑도 이유 없이 고문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수없이 많은 레슨을 받았음에도 신랑이 깨치지 못한 발음이 있다.

바로 ㄱ 과 ㅋ 이다.

나도 미치겠다.








Lesson 1



영어에는 tongue twister 라고 해서 발음하기 힘든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She sells sea shells by the sea shore,"

또는 "Peter Piper picks a pack of pickled pepper."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번 외어서 말해봐라... 무지 힘들다)





신랑: 한국말로도 tongue twister 있어?

니나: 물론 있지...

신랑: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





혀가 안 돌아가서 대충 얼버무렸다.

신랑이 뒤집어지게 좋아하며 웃는다





신랑: 또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신랑은 웃느라 침대를 뒹굴며 한참동안 허걱댔다.





신랑: What is 콩깍지?

니나: 콩 껍데기가 콩깍지야. 콩이 bean 이거든

신랑: Oh, I'll remember 콩....





그날부터 신랑은 심심하면 조른다





신랑: Try 콩깍지 please?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그럼 신랑은 또 재밌다고 웃느라 방바닥을 데굴데굴 뒹군다.

결혼을 한 건지 애를 입양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까진 좋았다.








Lesson 2



내가 다니는 한국 교회 형제들은 화요일마다 농구를 한다.

신랑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두 한국사람들이었지만 운동하는데 말이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신랑도 껴달라고 했다.

열심히 농구를 하고 땀에 범벅이 되어 집에 오는데 신랑이 묻는다.





신랑: 농구하는데 왜 자꾸 bean 얘기 해?

니나: 누가?

신랑: 다들 콩 pass, 콩 어쩌구....

니나: 공을 잘못 들은 거 아냐? 공은 ball 이야

신랑: 아, 콩이 ball 도 되는 구나...

니나: 콩이 아니구 공!!!

신랑: 그래, 콩!





가나다를 한 시간도 안 되서 모두 외우고 대충 쓸줄도 알게 된

신랑의 총명이 의심스러워지면서 혹시 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Lesson 3



친척댁에 갔다.

그 집에는 번호를 누를 때마다 한국말로 누른

번호를 말해주는 전화기가 있었다.

국제 전화를 하려고 전화카드를 쓰는데 뒷 번호 4자리가

0000 이었다.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 삼삼사오 이팔 공공공공




방 안에 있던 신랑이 후다닥 뛰쳐 나온다

얼마나 빠르고 요란하게 뛰어 나오는지 나는 놀래서 얼떨결에

수화기를 다시 놓아 버렸다.




니나: 뭐,뭐야....?

신랑: Someone said 콩!!!!!!

니나: ?????

신랑: Really!!! I heard 콩!!!!!





한참 만에야 전화기에서 나온 공공공 소리를 듣고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간 자기가 쫌만 아는 소리가 들리면 신이 나서 저 야단이다.





니나: 이건 bean 이 아니고 zero 라는 뜻이야

신랑: 발음이 같아?

니나: 틀리지, 하나는 콩, 또 하나는 공!

신랑: 똑같네, 뭘

니나:.......... -_-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와 보니 신랑이 전화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0번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기: 공공공공공공~ 띠리리~ 지금 거신 전화는 국번이 없거나.....

신랑: 하하하하,,,,,,, 재밌다, 콩 콩 콩 콩......

니나: ..............-_-;;;;








Lesson 4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오래간만에 통화를 했다.




친구: 너 결혼하고 나서 아줌마 된 거 아니지?

니나: 오모, 오모... 아니야 나 무지 이뻐 ... (-_-;;;)

친구: 전화 끊자.....

니나: 무엄하다, 공주 앞에서!!! 공주가.....

친구: 딸깍! (-_-;;)





전화를 끊자 신랑이 날 빤히 바라본다.





신랑: What is 콩 Joo?





신랑은 모든 한국말의 기본을 콩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니나: 공주는 한 단어야.... 공 Joo 가 아니라...

신랑: 콩주.... Is it like 콩깍지?

니나: 아니야.... Princess 라는 뜻이야....

신랑: Everything's 콩 in Korean.......

니나: 뭐가 다 콩이야, 공이라니까!!!!

신랑: Yes, 콩!!!

니나: 공주!!! 내가 공주야, 이제부터 날 공주라고 불러

신랑: You want to be my bean.....?

니나: 콩 말구 공주!!!

신랑: 싫어.... 콩이 더 좋아..... 넌 이제 콩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공주가 princess 인 걸 알면서도 우기다니....

지금까지 신랑은 날 콩이라고 놀린다. -_-








Lesson 5



신랑이 오락에 한참 열을 올려 택견을 샀을 때다.

옆에서 구경을 하는데 여러 인물들 중에 왠 팬다곰이 보였다.




니나: 저 곰은 뭐야, 저것도 싸워?

신랑: 응, 쿠마 라고 해.... 일본말로 bear 라는 뜻이야

니나: 아하~

신랑: 한국말로 bear 는 뭐야?

니나: 곰

신랑: 그럴 줄 알았어.... 한국말은 뭐든지 콩이야....

니나: 곰이라구, 곰 !!!

신랑: 아, 콤? 조금 틀리네?




환장하겠다.




니나: 곰이야, 곰!!! 콤 말구 곰, 알았어? 곰, 곰, 곰!!

신랑이 들은 말: It's 콤!!! Not 콤, but 콤, okay? 콤, 콤, 콤,!!





신랑이 한국말 배우기 전에 내가 속 터져 죽게 생겼다.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실제로 한국어의 ㄱ 발음은 단어의

앞에 올 때는 오히려 ㅋ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항상 쓰는 말이어서 몰랐는데 오히려 신랑 덕분에

내가 한가지 배운 셈이다. [끝]


신랑의 응용력은 생각보다 놀라운 데가 있다.

아마 외국인이라서 한국어의 기본에 아예 무지하다보니까 황당한

응용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응용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잘 생긴 것이 머리까지 좋아가지구서..... 퍽! (-_-;;)






Lesson (1)



신랑에게 존대말을 가르치기로 했다.

한국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동사변형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먹다는 영어로 eat..... 변형이라 봤자 eat,

ate, eaten, have (had) eaten 정도이다.

한국말로 하면 먹다, 먹었다, 먹고 있다, 먹을 것이다, 먹었었다,

먹었니? 먹고 있니? 먹을 거니? 먹었을걸? 먹으려나? .... 등등등

끝도 없다.

거기다가 존대말...... 잡수셨다, 잡수실 것이다, 잡수셨나,

잡수셨니? 잡수셨어요? 잡수실래요?..... 나도 머리 아파서

못하겠다.....

(한국에서의 내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미국에 온 뒤론 국어를

배운 일이 없어서....)






우선은 쉽게 시작하기로 했다.




니나: Hi 하려면 "안녕" 이라구 하는 거야

신랑: 안냐~

니나: 잘 했어... 어른에게는 "안녕하세요"

신랑: 안냐쎄요....

니나: "안녕하세요," 그래야지

신랑: 안냐하쎄요





곧잘 따라 한다





니나: 쉽지? 그냥 하세요만 붙이면 돼

신랑: Okay





이번에는 대답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





니나: Yes는 "응"이라고 하면 돼

신랑: 엉!

니나: 존대말일 때는 "네"

신랑: 네이

니나: No는 "아니야"라고 해

신랑: 안냐~ hi 랑 똑같네

니나: "아니야" 라구, "안녕"이 아니고

신랑: (손까지 흔든다) 안냐~






장난치는 폼이 벌써 공부하기 싫어서 싫증난 거 같다.

무섭게 나가 보기로 했다





니나: 공부하기 싫어서 그렇지?

신랑: 안냐 ~~ (-_-)

니나: 혼날래? 가르쳐 준 거 기억해? Yes 가 뭐야? 말해봐!!

신랑: 엉!




어, 잊었을 줄 알았는데 기특하게 대답을 한다




니나: 존대말로 해야지!

신랑: ...............

니나: 존대말로 뭐야?

신랑:............ I forgot...........

니나: 벌써 잊어버렸어? 혼나야겠네! 때치, 때치!! (-_-;;)

신랑: I, I know!!!!

니나: 말해봐!!

신랑: 엉 하세요! (-_-)









Lesson 2





신랑을 꼬셔서 한국말 수업을 듣게 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동네 고등학교 교실에서 여러 가지

외국어 수업을 하는데 나는 일본어, 신랑은 한국어를 택했다.

둘 다 한 학기를 수강하기로 하고 많진 않지만 수업료도 냈다.

결국 세 번 가고는 관뒀다. (-_-)






첫날 한국어 수업을 듣고 온 날이다.

신랑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시아버지가 반갑게 외친다.





시아버지: 만투쿡수!!!!! (-_-)





시아버지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이다.....

한국 식당에서 파는 만두국수를 좋아하시기 때문에.....(-_-;;)




신랑: Hi dad.... 칼비!!!! (-_-)




신랑은 억지로 한번 웃어주며 갈비라고 맞받아치더니 부리나케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힌다.

아니, 이 인간이 초저녁부터 밝히긴 .....





니나: 자기야~ 왜 그래, 벌써부터..... (*^^* 부끄...~)

신랑: 나 봐봐, 나 봐봐.... 나 오늘 이거 배웠어

니나: 뭐, 뭔데? (-_-)

신랑: 모리, 워케, 무럽, 팔, 무럽, 팔.... (-_-)





수업 시간에 신체 각 기관의 명칭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하는 노래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율동도 하면서 신나게 자랑을 했다.





신랑: 잘 했지?

니나: 난 또 뭐라구....... 김 샜네......

신랑: 뭐?

니나: 아냐, 잘 했어... 근데 발이라고 해야지, 팔이 아니라

신랑: 봘....

니나: 그렇지, 그렇지.....






칭찬을 해 주었더니 갑자기 신랑이 팔짝 뛰어서 뒤로 돈다.





신랑: 이런 노래도 있어..... 모리, 오케, 무럽, 엉, 덩, 기~ 모리, 오케,
무럽...

니나: 엥? 뭐야 그게? 왜 엉덩이가 들어가?

신랑: 어떤 애가 butt 은 뭐냐고 물어봐서 선생님이 가르쳐줬어(-_-)






배우라는 건 마다하고 쓸 데 없는 거에 관심 많은 놈은 신랑

반에도 있나보다.

그걸 한번 듣고 외워와서 노래에 집어넣는 인간도 있지만 ..... (-_-)

그 날은 하루종일 신랑이 엉덩이를 찌르는 바람에 귀찮아서 혼났다.





신랑: This is 엉덩기, 엉덩기, 엉! 덩! 기! ~

니나: 남의 엉덩이 좀 그만 찔러!!!!!

신랑: 왜 그래!!!! 단어 외우는 건데!!









Lesson 3




신랑과 동물원에 갔다.

신랑은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으로 신혼 여행 갔을 때에도 에버랜드 가서 사파리하고

동물원 보는 걸 가장 좋아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신혼여행 일지 (8)- 에버랜드 편 참조.... ^^)





신랑: 저거 한국말로 뭐야?




신랑이 가리키는 것은 코뿔소였다.





니나: 코뿔소

신랑: 코뻘소우?





고불소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ㄱ 과 ㅋ 가르칠 생각하면

노이로제 걸린다. (-_-)





니나: 수업시간에 nose 가 코라고 배웠지?

신랑: 응

니나: 뿔은 horn 이고 소는 Bull 같이 큰 동물이야... Cow도
되지만...어쨌든...

신랑: 그러니까 세 단어가 합해진 거로구나.....

니나: 그렇지!





조금 더 가니 코끼리가 나왔다.





신랑: 저건 한국말로 뭐야?

니나: 코끼리

신랑: 아, 코!! 코가 길어서?

니나: 응

신랑: 그럼 키리는 뭐야....





말문이 막혔다....





니나: 음.... 그건 말이지....

신랑: ?

니나: 음... 끼리는... 뭔가가 특별히 클 때 그냥 붙이는 거야....





대충 만들어서 말했다.





신랑: 아하...





그러더니 갑자기 손뼉을 딱 치며 음흉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니나: 뭐, 뭐야.... 그 눈빛은..... 가슴 떨리게.....

신랑: You!

니나: 왜, 그렇게 박력 있게 불러...해 질려면 멀었는데...(*^^* 수둡~)

신랑: 넌 더 이상 콩이 아니야!!

니나: 그, 그럼?

신랑: You! 엉덩기 끼리!

니나: 뭐, 뭐?

신랑: 헤헤, 재밌다...... 모리, 오케, 무럽, 엉덩기 끼리~ 모리, 오케,
무럽... (-_-)





그 날 동물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도망다니는 신랑 잡느라 땀 뺐다.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 중에 유학생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첨에는 성격도 발랄하고 재밌는 거 같아서 좋았는데 차츰 지내면서

짜증스러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나서기를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친구들은 이 언니를 가리켜 짜증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안 듣는데서...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짜증녀가 특히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건

신랑 때문이다.

짜증녀의 영어는 무척 서툴렀다.

근데도 어쩌다가 나와 신랑을 마주치면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서투른 영어로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었다.

당연히 신랑은 짜증녀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

내 생각엔 울 신랑과 한마디라도 더 해서 자기가 영어 연습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근데 죽어도 그건 아니란다.

울 신랑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기회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단다.......

난 벙어리냐.............?




Lesson 1



친구들과 모여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물론 짜증녀도 끼어 있었다......

내용은 어떤 바람둥이에 관한 것이었다.....




신랑: Playboy 가 한국말로 뭐야?

니나: 응, 그건 말이지.....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짜증녀가 가로챈다.....




짜증녀: Playboy is 바람둥이......

신랑: 파람퉁이?

짜증녀: Okay, okay.... Very good...... 바람둥이....




신랑은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신랑: 그럼 바람쟁이는 뭐야?

니나: 바람쟁이는 장사할 때....



근데 또 짜증녀가 나선다....



짜증녀: 바람쟁이 is... sales person... but they don't sell... they...

신랑: ??????? .......What?



짜증녀의 영어 실력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짜증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짜증난다......



짜증녀: Yes, that's right..... 바람쟁이 just attracts .....



신랑은 금새 지겨운 표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시끄러워서 비디오 못 보겠다구 툴툴거렸다........

게다가 짜증녀가 하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짜증녀: You understand now?

신랑: Okay...... I guess......



신랑은 할 수없이 이해한다고 말하더니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_-)




나중에 내가 다시 바람둥이와 바람쟁이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지만

신랑은 요즘도 가끔 헷갈린다......

그럴 때마다 이게 다 짜증녀 때문이라고 화도 내면서.....



Lesson 2




만날 때마다 신랑을 붙들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뭔가 가르치려고만

들자 신랑은 짜증녀만 보면 짜증을 내게 되었다......




신랑: 그 여자랑 놀지마.... 피곤해

니나: 놀긴 누가 놀아...... 어쩌다 마주칠까 무서운데.....




신랑: Ugly 한 여자를 뭐라고 불러?

니나: 음...... 못생긴 여자......

신랑: 뭐, 뭐라구? 왜케 길어......?

니나: 너무 힘든가....... 그럼 그냥 호박이라구 그래

신랑: 호우박

니나: Pumpkin 이란 뜻이야

신랑: 한국 호박은 이상하게 생겼어?

니나: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그냥 외워.....

신랑: Okay..... 호박, 호박......




신랑: Fat 한 사람을 뭐라고 해?

니나: 뚱뚱해

신랑: 둥둥해.....그럼 엉덩기 키리가 맞어, 아님 엉덩기 둥둥해가 맞어?
(-_-)

니나: (무슨 이 따우 질문을....-_-;;) 뚱뚱해가 맞어..... 엉덩기 키리라는
말은 쓰지마

신랑: 싫어.... 쓸거야.... 엉덩기 키리는 멋진 말이야...... (-_-)




신랑: I don't like you 를 뭐라고 해?

니나: 왜 자꾸 그런 것만 물어봐?

신랑: 그냥....

니나: 난 너 싫어해

신랑: 너무 길어.....

니나: 그럼.....그냥 미워!!!? 그래

신랑: 미오!!!!



짜증녀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순 그런 말뿐인가 보다.... (-_-)

그래도 그 때까진 신랑이 그 말들을 진지하게 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Lesson 3



호놀룰루 한인 축제가 열렸다.

여러 한인 단체들이 모여서 운동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경품 추천도 하는 날이다.

신랑을 데리고 점심때가 좀 지나서 나가 보았다.

우선 친구들이 있는 텐트로 갔다.




니나: 점심 남았니?

친구: 글쎄......비빔밥이었는데.....




신랑은 비빔밥이라니까 신나서 폴짝폴짝 친구를 따라갔다.

(신랑은 비빔밥을 무척 좋아한다. 역시 신혼 여행 일지 (1) 참조..... ^^)




그런데 텐트에 들어서자마자 신랑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여러 명의 남녀가 섞여서 커다란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데다가

남은 밥을 넣고 무자비하게 퍼먹고 있었던 거다.....




신랑: 뭐, 뭐야..... 저 사람들은.....




신랑 눈에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식을, 그것도 바가지에 담아

퍼먹고 있는 모습이 큰 충격 이었나보다.

놀란 표정으로 나와 친구에게 속삭인다.





신랑: Those people......돼지 사람...... (-_-)





하여간 배운 단어를 이리 저리 붙이는데는 따라갈 자가 없다. (-_-)

친구는 신랑이 한 말이 재밌나 보다....

밥 먹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친구: 그만 좀 먹으쇼..... 돼지 사람이라고 그러쟎아......



역시 예상했던 데로 사람들은 고개 한번 돌려보는 법 없이 계속

밥만 퍼 먹는다. (-_-)



신랑: 무써와..... 돼지 사람..... (-_-)



사람들이 대충 밥을 다 먹었는지 한 명씩 물러선다.

그 중에 짜증녀도 있을 줄이야.......

짜증녀가 신랑에게 다가온다.....




짜증녀: Am I a pig?

신랑: ..........

짜증녀: Am I a pig?!!!!!!




농담으로 한 말이어서 딴 사람들은 그냥 웃고 있었는데 짜증녀는

괜히 화가 났나보다.

정작 그 말 들었을 땐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퍼먹었으면서......

속도 좁구먼.... 짜증나게시리.....





짜증녀의 기세에 잠깐 쫄렸던 신랑이 이내 결심이 섰는지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다 들리도록 크게 외친다.....




신랑: Yes!!!!!! You!!!!! 둥둥해!!!!!!




짜증녀, 자기의 귀가 의심스러운가 보다.....





짜증녀: Wh.., what......?

신랑: 엉덩기...둥둥해.....!!!!!! You are 호우박......!!!Oh, 미오!!!



짜증녀, 거품을 물고 날뛰기 시작한다.





짜증녀: No, no, no!!!! I'm not 뚱뚱!!!!! Don't say that to a woman!!!!
I?m a woman!!!!! I am hurt....... I am not 뚱뚱......!!!!!!! Oh, my
God!!!!! I'm beautiful lady..... (-_-)..... You have to say sorry!!!! Of
course!!!!!! You should say sorry......

(굳이 읽을 필요 없는 부분이었음)



화가 나서 그런지 영어가 몽땅 뒤집혔나보다....

문법도 엉망이구 발음도 엉망이구.... 뭐라 떠드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짜증녀답게 무섭게 발악을 하며 짜증을 부렸다.....



짜증녀: I never heard that!!! I am popular!!!! Not 호박!!!!

신랑: ................(-_-)

짜증녀: No 호박!!! No, no..... Never!!!!!!




신랑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짜증녀, 신랑이 말이 없으니까 더 열이 받는다......



짜증녀: Tell me!!!! (뭘?....-_-) You! You are 호박, too!!!!! Yes,
you!!!!! I am not ugly...... You are!!!!!



짜증녀가 도무지 끝낼 기세를 보이지 않자 나와 친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때, 신랑이 단 한마디로 이 유치한 발악을 끝내 버렸다.......




신랑: Wait!!!!!!!




짜증녀, 발악을 잠시 중지하고 신랑을 노려본다






짜증녀: What?

신랑: Your teeth..... 김 켰어......





짜증녀, 순간 1.5초 정도 동작 정지가 된다.

신랑의 어눌한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나보다.......

아닌게 아니라 비빔밥에 김을 넣고 먹었는지 아랫니에 까맣게

김이 껴 있다. (-_-)





짜증녀, 순간 멈춤에서 풀려나자마자 입을 가리더니 오물거린다.....

10초 정도가 지났다.

김이 처리됐나보다.

그러더니 다시 발악을 시작한다.

지독한 인간이다. (-_-;;)






짜증녀: Anyway...... you should say sorry....!!!!!! You....

신랑: Wait!!!!!

짜증녀: What!!!!!?

신랑: Still...... 김 켰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웃느라고 잔디밭을 구르고 있다.......

짜증녀, 결국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짜증녀는 그 후로 더 이상 우리랑 친한 척 안 한다.

울 신랑 만세다......


신랑이 일주일에 두 번씩 럭비 연습을 하러 다닐 때 일이다.

대학에 있을 때는 풋볼을 했었는데 2학년 때인가 허리 부상을 입었다.

대학 풋볼팀에서 뛰려면 의사의 검진을 받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허리 땜에 의사가 무리한 운동을 해선 안 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필 허리를..... -_-

꿩 대신 닭이라고 럭비 팀에 들어간 것이 졸업한 후에도 아직까지

동네 럭비 클럽에서 경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저녁 일곱 시쯤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다시 돌아왔다.





니나: 왜 벌써 왔어?




신랑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신랑: 아무도 안 나왔어.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신랑은 툴툴거리며 럭비 팀 캡틴인가에게 전화를 건다.

옆에서 들어보니 매주 연습시간이나 경기 시간에 변동이 있으면

캡틴이 이멜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 주는데 울 신랑을 깜박 했단다.....





전화를 끊고 나자 신랑은 더 열 받은 표정이다.....

실수라고 해도 자기만 빼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한테 화풀이하려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었다 ........

(어이구, 내 팔자야~)

신랑이 화난 목소리로 묻는다.





신랑: 뭐 만들어?

니나: 비빔밥인데 먹을래?

신랑: 오케이......





신랑과 나의 가사 분담은 철저하다....

내가 밥하면 신랑이 설거지하구 내가 빨래하면 신랑은 청소한다.

내가 일주일에 3번 밥했으면 신랑도 3번 밥한다.....

민주적이지 않은가?

오늘은 신랑이 럭비 연습을 갔기 때문에 내가 밥을 했다.





비빔밥을 그릇에 이쁘게 담아서 신랑에게 주었다.

시부모님은 먼저 일찍 잡수셨기 때문에 둘이서만 먹게 되었다.

근데 이 인간이 안 하던 밥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신랑: 왜 계란 없어?

니나: 귀찮아서 안 만들었어....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간다.

정 먹고 싶으면 자기가 부쳐서 먹는다.

근데 오늘은 심기가 안 좋은 날이다.





신랑: 계란 없는 비빔밥이 어딨어?

니나: 여깄어..... (-_-)





그 놈의 비빔밥, 괜히 맛을 들여놨더니 별걸 다 따진다.




신랑: 안 먹어.....

니나: 먹지마 .... (-_-)

신랑: 계란 안 만들어 줄거야?

니나: 만들어 먹어. 딴 땐 잘 하더니.....

신랑: 오늘은 피곤하잖아.....




연습도 안 했으면서 웬 피곤?

식탁 앞에서 계속 투덜거릴까봐 할 수 없이 계란을 부쳤다.





니나: 자, 먹어

신랑: 어, 노른자 터져서 익었어.....

니나: 그래서?

신랑: 비빔밥 계란 노른자는 익히는 거 아냐

니나: 누가 그래?

신랑: 니가....... (-_-)

니나: 할 수 없어.... 그냥 먹어

신랑: 그럼 어떻게 비벼...... 안 먹어!!!!!

니나: 먹지마!!!!!!






나와 신랑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놀란 것은 방에서 텔레비전

보시던 시어머니다.

시아버지는 텔레비전 볼 땐 아무한테도 신경 안 쓰신다. (-_-)




니나: 왜 나한테 화풀이야!!!!

신랑: 내가 언제!!!! 니가 비빔밥을 이상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시어머니가 결국 부엌으로 나오신다.




시어머니: 무슨 일이야?

니나: 계란 잘못 부쳤다구 화내잖아요

신랑: 이거 봐요, 계란 터졌어요.....





시어머니 표정, 가관이다...... 아들이지만 한심하다......




시어머니: 그냥 먹으면 되겠네

신랑: 안 비벼지잖아요

시어머니: 아, 그냥 먹어!!!!




쌤통이다......

시어머니가 신랑을 혼내는 동안 나는 옆에서 화난 얼굴로

(사실 웃음을 참고 있었음) 혼자서 비빔밥을 다 먹었다..... (-_-)

그리고 방에 들어와 버렸다.....





잠시 후 똑똑 방문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머니다.




시어머니: 화났니?

니나: 아니, 뭐......

시어머니: 저 딴 놈 밥은 왜 만들어줬어.....? 너나 먹지 ......





울 시어머니 세상에서 젤 착한 시어머니다.....

고부갈등 절대 없다.

신랑이 꾀부리고 집안일 안하면 나보다 시어머니한테 먼저 혼난다.





시어머니가 가고 나자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설거지 하나 부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내가 먹은 비빔밥 그릇 안 씻어놨다..... (^^)





신랑이 방으로 들어왔다.

표정이 누그러진 게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왔나 보다.






신랑: 화났어?

니나:............

신랑: 말 안 할 거야?

니나: .............





신랑은 내가 화난 표정을 풀지 않자 애교 작전으로 나가 본다.

내가 한국말에 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동안 배운 단어를

사용해 본다




신랑: 아나조.....

니나: 싫어

신랑: 뽀뽀조.....

니나: 아, 귀찮아......





신랑, 잠시 당황한다....

여태까진 이 정도만 해도 내가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참 밸도 없었다..... -_-)




신랑: 엉덩기 이뽀...... No 엉덩기 키리......




오호라, 이건 신랑으로선 많이 양보한 거다.....

화는 이미 풀렸지만 어디까지 가나 보기로 하고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신랑: 싸랑해......

니나:...........




애교 부릴 말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근데도 내가 아무 말 안 하자 신랑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겨우 생각해 낸 게 있나보다.....

갑자기 주먹으로 내 가슴을 막 두드린다




신랑: 모라, 모라, 모라.....





웃음이 목에까지 차 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참고로 울 신랑 키 190 이다....

아까 말했듯이 풋볼 했었다..... (-_-)

그 덩치에 나한테 매달려서 몰라, 몰라 라고 하고 있다.

언제 춘향전이라도 봤나..... 하여간 희한한 건 어디서 배워서

잘 외워둔다......




어디 얼마나 망가지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표정을 굳혔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니까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나마 험상궂은 내 얼굴이 더 무서워졌다.

신랑의 표정이 점점 공포에 싸인다.




갑자기 굳은 결심을 하는 듯하더니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 얼굴 앞으로 쑥 내민다.




니나: 뭐, 뭐하는 짓이야? 이거 치워!

신랑: 미오, 미오.... 때치, 때치




신랑이 자기의 엉덩이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침대에 뒤집어져서 마구 웃기 시작했다.




니나: 우하하하하..... 미치겠다..... 그딴 건 어서 배웠어...... ?

신랑: 너한테...... (-_-)





신랑: 화 풀렸지?

니나: 좋았어..... 오늘은 봐주지.....




신랑의 얼굴이 확 밝아지면서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띤다.

저 미소는 뭔가 음흉한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반격이 두려운 듯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선다.





신랑: 그럼 거짓말 한 것도 용서해 줄 거야?

니나: 무슨 거짓말했는데?

신랑: 넌 아직도 엉덩기키리거든

니나: 야!




약사빠른 인간 같으니........

잽싸게 문 뒤에 숨더니 고개만 내민다.




신랑: 멜론!!!!!!




갑자기 이건 또 뭔가.....




니나: 갑자기 웬 멜론?

신랑: 멜론!!!!

니나: 어디?





내가 못 알아듣자 신랑은 엄지손가락을 뺨에 대고 흔든다.





신랑: 멜론!!!!!!



아니, 이제 보니 내가 신랑 놀리고 도망갈 때 메롱! 했던 거를

고새 배워서 따라하는 거다.





니나: 거기 안 서!?




우당탕 거실로 도망간 신랑을 잡으러 뛰어나갔다.

열 받게시리 도망가면서도 계속 멜론거린다..... (-_-;;)

그 소리에 놀란 시어머니 다시 나온다





시어머니: 왜 또 야단들이야?!!!!





대답도 하기 전에 시어머니가 신랑을 붙잡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셨다.






시어머니: 아니, 신경질 내는 거 밥 멕여 놨더니 이제 디저트가지고 시비를
걸어?

신랑: ???????????

시어머니: 멜론 먹고 싶음 니가 나가서 사와! 시끄럽게 굴지 말구!

시어머니 이번엔 정말 화나셨나 보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신다.

신랑 표정 가관이다.........

다시 한번 쌤통이다........ 끝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