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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1 웃음이 담긴 재미있는 말 - 찻잔 속의 태풍

웃음이 담긴 재미있는 말 - 찻잔 속의 태풍

 

'3.1운동에 참가한 독립 유공자를 찾습니다.'

어느 날 순돌이네 마을 게시판에 이런 공고가 나붙었어요. 당시 희생자

가 많이 난 마을이라 나라에서 보상을 해 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독립 유공자라면 순돌이 아버지가 으뜸이지."

순돌이의 아버지인 김애국 씨는 한쪽 팔이 없어요. 3.1운동 ㄸ 앞장 서서

만세를 부르다 일제의 총칼에 잃었거든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가장 먼

저 애국씨를 독립 유공자로 추천했어요.

이윽고 담당 공무원이 애국씨를 찾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이 마을에서 어떤 분이 3.1운동에 참가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나왔습니다."

애국씨는 오래 된 기억을 더듬었어요. 생각만 해도 일본놈들의 만행에

소름이 끼쳤어요.

"...그러니까 당시 죽은 사람이 수도 없지요.... 일본놈들이 얼마나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굴었으면 힘 없는 백성들이 맨손으로 일어났겠어

요? 하지만 일본놈들은 아주 잔인했어요. 맨손에 태극기 하나만 들고 만세

를 부르는 사람들을 마구 총으로 쏘고 칼로 찔렀지요. 어린아이나 노인, 아

낙네라고 봐 주는 것도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잡아 갔으니까요....

그 ㄸ 내 친구 하나도 일본놈들에게 맞아 죽었어요. 나는 다행히 팔만 하

나 잃고 살아났는데 죽은 사람들한테는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 때 이웃집 얌체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문을 열고 들어섰어요.

"저어.... 여기 독립 유공자를 조사하러 나온 공무원이 있다고 해서 왔는

데...."

얌체씨는 쪼르르 다가와 조사 나온 공무원 곁에 앉았어요.

"아, 사실은 저도 3.1운동 때 독립 만세를 부른 사람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도 물어 보세요. 그 당시에...."

얌체씨는 얘기를 하면서 애국씨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았어요. 사실 얌체

씨는 만세 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보다못한 애국씨가 따

끔하게 한 마디 했어요.

"여보게, 자네가 만세를 불렀다는 소리 처음 듣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참여할 때 자네만 혼자 빠지지 않았나?"

"아니, 무슨 소린가. 나도 그 당시 독립 만세 운동에 참가했네."

"그게 정말인가? 그런데, 왜 본 기억이 없지?"

"우리 집 뒷간(화장실) 있지 않나. 그 안에 들어가 목이 터져라 대한 독

립 만세를 불렀네."

옆에서 듣고 있던 공무원은 어이가 없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그렇게 했다면 그건 '찻잔 속의 태풍'이군요.

그건 독립 운동으로 보기가 어렵겠는데요."

얌체씨는 결국 창피만 당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찻잔 속의 태풍'이란 아주 큰일 같지만 넓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를

비유한 말이지요.

 

Posted by 빈블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