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토사 구팽

 

이 말을 풀어 보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이에

요.

옛날 한신이란 명장은 항우를 물리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에요.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한신의 공을 높이 사

그를 초나라 왕으로 봉했어요.

그런데 한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힘이 점점 커지자 유방은 은근히 불안했

어요. 게다가 한신이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도 떠돌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이런 명령을 내렸어요.

"내가 오랜만에 사냥을 즐기고 큰 잔치를 열 생각이니, 모든 제후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이도록 하시오."

사냥과 잔치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한신을 체포하기 위한 계략이었어요.

한신은 이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나를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를 어쩌면 좋지? 가지니 붙잡힐까 두

렵고 안 가자니 더욱 큰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고...."

그 때 한신의 부하 하나가 말했어요.

"종이매를 처치한 다음 그의 목을 유방에게 갖다 바치면 의심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매는 본래 항우 밑에 있던 뛰어난 맹장이었으나 항우가 죽은 후 항

복하고 한신의 밑으로 들어온 장군이에요. 그런데 유방은 종이매에게 원한

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한신의 밑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의 목을 베어 올

리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어요.

하지만 한신은 여전히 종이매를 숨겨 둔 채 명령을 따르지 않았어요. 항

복한 장군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닐 뿐더러 함부로 죽이기에 너무도 아

까운 장수였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한신은 종이매를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어

요. 그러자 종이매는 몹시 화난 얼굴로 말했어요.

"유방이 그 동안 당신을 치지 못한 것은 우리 둘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

오. 그런데 이제 유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를 잡아 갈 생각이라니....

차라리 내 스스로 목숨을 내놓겠소. 하지만 내가 없어지면 그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걸 명심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종이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유방을 만나러 갔어요. 그것으로 유방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유방은 종이

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한신을 붙잡아 묶었어요.

'아, 종이매의 말이 맞았구나!"

한신은 뒤늦게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어요.

"과연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하늘을 나는 새가 떨어

지면 활을 부러뜨리고, 적국이 망하고 나면 장수들을 내친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내 그 동안 유방을 도와 전쟁에 큰 공을 세웠건만 이제 천하가 평

정되었다고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가!"

결국 한신은 토끼몰이가 끝난 사냥개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따라서 '토사 구팽'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필요가 없게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비정한 인간 세상을 꼬집는 말이에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V를 보던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어요.

"저런, 쯧쯧쯧.... 회사에서 모범 사원으로 알려진 사람이 회사의 공금을

가로채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날렸다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따로

없군."

이 때 촉새가 끼여들었어요.

"아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무슨 말이에요?"

"응,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 인격자를 말하는 거야."

"응.... 그러니까 착한 척하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 말이군요."

"그렇지."

"그럼 둘은 어떤 사이였어요? 친구 사이였어요?"

"아냐, 틀렸어."

"아, 알았다! 둘이 애인 사이였는데 성격이 안 맞아 매일 싸웠구나?"

"에구.... 녀석이 자꾸 엉뚱한 소리만 하네.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

라 같은 사람이야. 평소엔 인품이 훌륭한 지킬 박사로 지내다가 어떤 때는

흉악한 하이드 씨로 변하는 거야. 그러니까 한 마디로 두 얼굴을 가진 사

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아아, 그럼 우리 반 뺀질이 같은 애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겠네요?"

"아니, 왜?"

"걔는요, 청소 시간에 뺀질뺀질 놀다가도 선생님이 오시면 열심히 하는

척하거든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원래 영국의 소설가 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

표한 작품 제목이에요. 작가가 열병을 앓고 있을 때 꾸었던 꿈을 기초로

쓴 소설이라고 해요.

과학자인 지킬 박사는 어느 날 선인과 악인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약을 발명하게 되지요. 지킬 박사는 원래 덕망이 높은 분이었지만, 악

인으로 변하는 약을 먹으면 아주 추악한 하이드 씨로 변하여 오만 가지 추

하고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요. 그러다 결국 선인으로 돌아오는 약이 떨어

지자,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자살에 이르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이

야기예요.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커다란 인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흔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중 인격자를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되었지요.

부랑자와 고아들을 위해 맡긴 성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챙긴 종교인을 비

롯하여 간첩으로 판명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학 교수, 어느 날

갑자기 강도로 둔갑한 경찰관, 밀수꾼 노릇을 한 무역 회사 사장 등 우리

주변에서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판도라의 상자

 

"에이,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군!"

촉새네 아빠는 신문을 보다 말고 혀를 끌끌 찼어요. 부엌에서 음식을 준

비하던 엄마가 돌아보았어요.

"무슨 얘기가 실렸길래 그래요?"

"이번에 터진 정치권 비리 얘기지, 뭐.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했는데 파헤

치면 파헤칠수록 떳떳지 못한 검은 돈 거래와 여러 가지 부정한 일들이 마

구 쏟아지고 있군 그래."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촉새가 끼여들었어요.

"아빠, 판도라는 무슨 과일이에요?"

촉새의 뚱딴지 같은 질문에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저도 TV에서 봤어요. 사과 상자에 뭉칫돈을 담아서 검은 돈 거래를 했

다면서요. 근데 사과 상자는 알겠는데 판도라는 무슨 과일인지...."

"하하하...."

"호호호...."

촉새의 말을 듣고 엄마와 아빠는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판도라는 과일 이름이 아니야.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

초의 여자란다."

"그럼, 그 여자의 상자 속에도 돈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허허허.... 이 녀석이 점점 엉뚱한 소리만 하네. 신화에 보면 맨 먼저 만

들어진 인간은 남자였어. 인간들은 처음에는 신의 말에 잘 따랐지. 그런데

점차 난폭해져서 전쟁을 일삼게 되었던 거야.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화가 났지. 그래서 인간을 혼내 주려고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렸던 거야.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라는 신이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다시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주었어.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큰 벌을 주었지. 그런 다음

인간에게도 벌을 주기 위해 여신의 모양을 본떠 흙으로 판도라라는 여자를

빚게 했어. 그리고는 그 여자에게 아름다운 얼굴뿐 아니라 간사한 마음씨

와 말재주도 함께 불어넣었어. 그런 다음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

스에게 데리고 갔는데,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보고 첫눈에 반해 판도라

를 아내로 맞이했던 거야. 판도라는 제우스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하나

갖고 있었지. 그 상자는 절대로 뚜껑을 열어 봐서는 안 되는 상자였어. 그

런데 판도라는 호기심이 많았어. 어느 날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 그 뚜껑

을 열어 보았던 거야. 그랬더니 거기서 괴상한 연기와 함께 온갖 고통과

재앙, 질병 등이 튀어나왔지. 놀란 판도라가 얼른 뚜껑을 닫는 바람에 상자

속에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어. 오늘날 인간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

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란다. 그 상자는 제우스가 인간을

벌주려고 만든 것으로 괜히 건드렸다가 온갖 재앙과 나쁜 일들이 수두룩하

게 생기는 것을 보고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는 거야. 아빠가 아까 신문에

서 본 정치권 사건도 만찬가지고.... 이제 알겠니?"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사족

 

"삼촌, 뱀도 발이 있어?"

"이 녀석아, 뱀이 무슨 발이 있어!"

"그럼, 사족(蛇足)이란 말은 뭐야?"

"그건.... 뱀의 발이라는 뜻이지...."

"에이, 삼촌은 엉터리야! 뱀은 발이 없다면서?"

엉뚱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엉뚱이 삼촌은 당황했어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햐, 이 녀석이 삼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네...."

엉뚱이 삼촌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족이란 뱀의 발이란 말이긴 하지만 그 뜻은 쓸데없이 엉뚱한 일을 하

다 낭패를 본다는 거야."

"왜 그런 말이 생겼어?"

엉뚱이의 질문이 계속되자 엉뚱이의 삼촌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잘 들어 봐! 옛날 초나라 때 어느 집에 잔치가 벌어졌는데 마침 귀한

술 한 병이 손님들 상에 나왔대. 손님이 여러 명이라 한 병을 나눠 마시자

니 술이 너무 부족했지. 그래서 땅바닥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 혼자

서 술을 마시기로 했어. 술은 적고 사람은 많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지."

"나도 뱀은 잘 그리는데...."

"조용히 하고 듣기나 해! 그래서 사람들은 내기를 시작했지. 손님 중에

그림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빨리 뱀을 그렸어.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사람은 반도 채 그리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그 사

람은 자기 솜씨를 뽐내고 싶어 멋지게 네 개의 발도 그려 넣었지."

"히히.... 삼촌 그 사람 정말 엉뚱하다 그치?"

"인석이 조용히 하라니까!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은 어깨에 힘을 주고 그

림을 쳐들었어. '이제 술은 내 것이오.' 하면서 말이야. 그 사람이 술병을

들고 막 마시려는 순간 두 번째로 빨리 그린 사람이 나서서 술병을 가로챘

어. 그리고는 말했지."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뱀의 그림이오? 뱀이 발이 어디 있소? 이건 뱀이 아니

니 이 술은 내 거요.' 결국 그는 찍소리도 못 하고 고스란히 술병을 빼앗기

고 말았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채 말야.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사족을 단다고...."

"삼촌, 그 사람 정말 멍청하다. 히히...."

엉뚱이가 낄낄대며 웃자 삼촌이 한 마디 했어요.

"이 녀석, 제가 한 일은 모르고.... 지난번에 너 자연 숙제한 거 보니까

개구리 꼬리를 그렸던데 뭐. 으이구, 그래 놓고도 웃음이 나오냐?"

순간 엉뚱이는 뜨끔했어요. 사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가 사족을

달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거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면죄부

 

"...제6조, 교황은 하나님이 용서한 바를 선언하는 것 외에, 어떠한 죄도

용서할 수 없다...제27조, 영혼이 천당에 가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한다는 거

짓 설교를 하지 말아라...제37조, 참다운 크리스트교인은 면죄부가 없어도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어 가진다..."

이것은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맹렬히 비난하며 내건 <95

개조 반박문> 중의 일부예요. 면죄부란 돈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죄를

용서해 준다는 뜻으로 교황이 발행하던 증서를 말해요.

쉽게 말해 우리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차표를 끊듯이 천당으로 가는

차표를 돈을 주고 예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지요.

중세 말기 교회당 건립과 포교를 위하여 많은 돈이 필요해지자 교회는

헌금을 권하면서 속죄 증명서, 즉 면죄부 발행을 남용하여 많은 폐해를 가

져왔어요.

"면죄부는 산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죄를 많이 진 자들의 죽

은 영혼이 천당에 못 가고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자, 죽은 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면죄부를 삽시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는 이렇게 이미 죽은 사람들의 면죄부까지 만들

어 팔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뒤 이러한 악습은 더욱 심해져서 교황

레오 10세 때에는 면죄부의 대대적인 판매 활동에 나섰어요.

"자, 싸구려 싸구려. 면죄부를 사세요. 자 20% 파격 세일. 오늘부터 한

달 간 면죄부도 가격 파괴에 들어갔습니다. 천당에 가기 위한 확실한 보증

수표! 이 기화를 놓치지 마세요. 면죄부만 있으면 천당에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회는 종교적 기능을 잃고 면죄부를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

하고 말았어요. 성직자는 판매를 담당하는 장사꾼이 되어 버렸구요. 다시

말해 면죄부는 중세 교회의 타락의 상징이 된 것이지요.

"쯧쯧, 교회가 저렇게 썩어서야..."

"그러게 말야.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배를 불리는 자들이야!"

점점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마르틴 루터는 종교 개혁을 부르짖게 되

었어요.

"성서에는 '부자가 천당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 반대가 되었습니다. 돈

많은 부자들은 면죄부를 사 천당에 가고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전당

갈 엄두도 못 내게 되었습니다. 썩어 빠진 종교를 개혁해야 합니다!"

루터의 개혁 운동은 큰 호응을 얻어 순식간에 유럽 전체에 퍼져 나갔어

요. 이렇게 구교(천주교)에 대항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기독교(신교)이지요.

요즘도 신문지상에 '면죄부'란 말이 종종 눈에 띄지요. 비리를 저지른 고

위층 인사를 적당한 명분으로 눈감아 주는 것을 두고 이런 표현을 쓰곤 해

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악어의 눈물

 

심술이는 우산을 쓴 채 교문 앞에 서 있었어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왈자가 나타났어요.

"어? 심술아. 너 왜 여기 서 있니?"

"응, 너랑 같이 들어가려고..."

둘이 사이좋게 운동장을 걸어갈 때였어요.

"이크, 이게 뭐야!"

왈자는 신발과 양말이 엉망이 되었어요. 한쪽 발이 진흙 구덩이에 빠졌

거든요. 누군가 장난치려고 일부러 파 놓은 것 같았어요.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지?"

심술이는 울상이 다 된 왈자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어

요.

그 날 아침 그 진흙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왈자말고도 다섯 명이나 더

되었어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심술이의 장난이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심술이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어요.

"넌 오늘부터 한 달 간 화장실 청소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화장실 청소만은..."

심술이는 선생님에게 싹싹 빌며 우는 시늉까지 했어요.

"이 녀석, 화장실 청소 안 하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군. 한번만 용서

해 줄 테니 다른 아이들에게 사과해라."

악어는 잔인하고 징그럽게 생겼지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마음에도 없이

흘리는 거짓 눈물을 빗대어 '악어의 눈물'이라고 해요. 이 말은 '악어가 물

가에서 사람을 만나면 물어 죽인 다음,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 가며 먹을

것이다.' 라고 한 데서 인용한 표현이에요.

요즘 정치권에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 고위층 인사가 국민들 앞에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며 '악어의 눈물'이라 꼬집기도 해요.

또 악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말 중에 '악어 논법' 이란 게 있어요. 이 말

은 이집트의 전설에서 비롯되었어요.

옛날 이집트의 한 여인이 아이를 악어에게 빼앗겼어요.

"제발 불쌍한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여인이 악어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자 악어가 말했어요.

"내가 아이를 돌려 줄지, 안 돌려 줄지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알아 맞

히면 돌려 주마!"

여인은 기가 막혔어요. 만약 돌려 준다고 말하면 안 돌려 줄 거라고 대

답할 것이고, 안 돌려 준다고 말하면 돌려 줄 생각이었노라 대답할게 뻔했

으니까요. 어떻게 대답하든 잡아먹히기는 마찬가지였지요.

이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 마음대로 해석이 되는 말장난을 가리

켜 '악어 논법'이라고 하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도루묵

 

옛날 조선 시대 때 섬나라 일본은 호시 탐탐('주역'에 나오는 말로 범이

눈을 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 우리 나라를 노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선조 임금 때 드디어 전쟁을 일으켰어요. 임진왜란이 일어난

거지요. 우리 군사와 의병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요. 하지만 신식 무기

인 조총을 앞세운 왜군을 당할 수는 없었지요.

이윽고 왜군이 한양 근처까지 밀고 올라왔어요. 선조 임금은 하는 수 없

이 피난길에 올랐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떠난 길이라 피난처

에서의 생활은 형편없었어요. 잠자리는 물론이고 음식도 초라하기 짝이 없

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성이 생선 꾸러미를 들고 임금이 계시는 곳으로

찾아왔어요.

"상감마마께옵서 이런 생선을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신하들은 크게 기뻐하며 그 생선을 요리해서 임금께 바쳤어요.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선조 임금은 생선의 담백한 맛에 홀딱 반했어요.

"음...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구나. 도대체 이게 무슨 생선

이냐?"

신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임금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

했어요.

"상감마마, 그것은 어떤 백성이 가져온 건데 저희도 처음 보는 생선이옵

니다."

"오, 그런 충성스런 백성이 있었다니! 짐이 그 백성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구나."

이윽고 생선을 바친 백성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어요.

"음, 네 덕분에 별미를 맛보았구나. 그런데 그 생선의 이름이 무엇인고?"

"예, 묵이라고 하옵니다."

"허어,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것 없구나."

선조 임금은 한동안 생선을 살피더니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고기의 배 쪽이 은백색으로 빛나는 것이 아주 고귀해 보이니 앞

으로는 은어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드디어 임진왜란이 끝났어요.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장수

들이 목숨을 걸고 왜군을 물리쳤기 때문이지요. 다시 궁궐로 돌아 온 임금

은 어느 날 피난길에 먹었던 맛있는 물고기가 생각났어요.

"여봐라, 오늘 저녁에는 은어 요리가 먹고 싶구나."

그런데 상에 올라온 은어를 맛보던 선조 임금은 얼굴을 찌푸렸어요. 예

전의 그 담백한 맛이 온데간데없어진 거지요.

"이런 맛이 형편없구나. 은어가 이렇게 맛 없는 고기였다니... 도로 묵이

라 불러라."

이래서 묵이라는 고기는 '도로묵'이 되었다가 나중에 '도루묵'으로 바뀌었

어요. 흔히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처음 상태로 되돌아갔을 때 '말짱 도

루묵이다.'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마이더스의 손

 

'내가 손으로 만지는 것이 모두 황금이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옛날 그리스

신화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너스'라고 함)는 프리기아의 왕이었어요. 그의 궁전

에는 잘 가꾸어 놓은 장미 동산이 있었어요.

어느 날 시종들이 장미를 손질하기 위해 그 동산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한 시종이 놀라 소리쳤어요.

"앗! 이게 뭐야? 모두들 이리 좀 와 봐!"

여러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갔어요. 그 곳에는 한 늙은이가 술에 취해 잠

들어 있었어요.

"여보세요. 좀 일어나 보세요."

"음냐... 누구야...저리 가..."

시종들이 흔들어 깨웠지만 늙은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어요.

할 수 없이 시종들은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려 미다스 왕에게로 데려 갔

어요. 왕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어요.

"아니, 당신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 세일레노스가 아닙니까? 어쩌

다 여기까지 오셨소?"

그러자 세일레노스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허허, 이거 늙은이가 주책을 부렸군. 술에 취해서 그만 정신 없이 헤매

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네."

"음,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쨌든 이왕 오셨으니 며칠 푹 쉬었다 가십

시오."

왕은 그를 정성껏 대접하여 돌려 보냈어요.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크게 기뻐하면서 미다스에게 말했어요.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 내가 무엇이든 들어 주겠노라."

"손으로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잠시 후 미다스는 나뭇가지를 시험삼아 부러뜨렸어요. 그러자 그것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아니, 이럴 수가! 이제 난 부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의 욕심은 무서운 재앙을 몰고 왔어요.

식사 시간이 되어 스푼을 들자 스푼은 곧 황금으로 변했어요. 이어서 스

푼으로 수프를 뜨자 그것도 황금으로 변했어요. 마실 물도 나무도 풀도 심

지어 사랑스런 딸까지도 그가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 덩어리로 굳

어 버렸어요.

그제야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어요

'아,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왕은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사정을 했어요. 디오니소스는 팍토로스

에 가서 손을 씻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 주었어요.

'마이더스의 손'은 여기서 생겨난 말이에요.

요즘 야구에서 인기 있는 투수들을 일러 황금 팔이라고 하는데 이를 마

이더스의 손에 비유할 수도 있겠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배수진

 

호르르륵...

"작전 타임!"

달봉이네 담임 선생님이 보다 못해 작전 시간을 신청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 반이 지겠다. 여기서지면 결승 진출의 꿈은 사라지

는 거다. 모두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로 힘껏 뛰기를 바란다. 자 파이팅!"

파이팅을 외친 선수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

운 결과 마침내 축구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와아, 이겼다. 결승 진출이다!"

달봉이네 반 아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담임 선

생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정말 잘 싸웠다. 너희들이 배수진을 치고 싸웠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

과를 얻게 되었어. 이담에 결승전에서도 그런 각오로 싸운다면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와아, 우리 반 만세...!"

이 때 달봉이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 아까 배수진을 친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음... 그건 말이지. 옛날 중국 한나라에서 한신이란 분이 있었어. 항우와

싸워 이긴 유명한 장군이야. 어느 날 한신은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군사를 거느리고 엄청난 대군과 싸움을 하게 되었지. 그 때 한신의

군사들은 큰 강물을 등지고 진을 쳤단다. 이건 커다란 모험이었지. 병법에

는 배수진, 다시 말해 강을 등지고 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쓰여 있거

든."

"왜요?"

"왜냐 하면 후퇴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한신은 병법을 어기고도

열 배도 넘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어. 그러자 싸움이 끝난 뒤 부

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어. '병법에는 강을 뒤로 하고 싸우지 말라고 했

는데 장군께서는 그 말을 어기고 큰 승리를 거두었으니 어찌 된 노릇입니

까?' 그러자 한신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지. '자네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

르는구먼. 우리 군사들은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사람들로 이뤄졌네. 만약

원래의 병법대로 싸웠다면 서로 먼저 도망치기 바빴을 걸세. 그런데 뒤에

강이 있으니 필사적인 각오로 싸울 것이 아니겠나. 병서에서도 죽기를 각

오하고 싸우면 이기고 살기를 바라고 싸우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이

바로 배수진일세.' 한신의 말을 듣고 모든 장수들이 감탄을 했지. 아까 너

희들이 결승전에 나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똘똘 뭉쳐 힘껏 뛴 결과 승리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야."

'배수진'이란 병법의 상식을 깨뜨렸던 명장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필사적인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뜻이지요.

 

Posted by 빈블랭크

세상을 꼬집는 재미있는 말 - 마녀 사냥

 

"아니, 도대체 어디 간 거지? 내 삐삐가 없어졌어!"

얄숙이는 금방 울상이 되었어요.

그 때 짝꿍인 유미가 얄숙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소곤거렸어요. 얼마 뒤

얄숙이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왈자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소리쳤어요.

"왈자야, 너 내 삐삐 가져갔지!"

"무슨 소리야!"

"너 아까 체육 시간에 화장실 간다면서 교실에는 왜 들어갔니?"

"그건 휴지를 가지러 잠깐 들어갔던 거야!"

"거짓말 마! 그 가방이나 이리 내 봐!"

결국 둘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졌어요. 마침 수업 시작 종이 울리는 바람

에 싸움은 그쳤어요.

유미는 수업 시간 내내 마음이 불안했어요. 자기가 그만 경솔하게 입을

놀린 바람에 일이 이렇게 커졌거든요. 유미는 잘못하다간 친구들에게 망신

을 당하겠다 싶어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을 퍼뜨렸어요.

"왈자가 훔쳐 간 게 틀림없어! 아까 혼자서 뭘 만지작거리다가 내가 슬

쩍 보니까 후닥닥 가방에 감추더라고. 언뜻 봐서 잘 모르겠지만 꼭 삐삐

같았어."

마침내 아이들은 왈자를 도둑으로 믿게 되었어요.

왈자는 너무 억울해서 엉엉 울었어요.

"왜 모두들 애매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거야!"

하지만 삐삐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어요. 그 날 저녁 얄숙이가 집에 돌아

오자 어머니가 말했어요.

"얘, 얄숙아! 너 오늘 삐삐 두고 갔더라. 방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잘 놔 뒀다."

순간 얄숙이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어요. 낮에 학교

에서 왈자와 싸웠던 일이 생각았거든요. 다음 날 학교에 가자마자 얄숙이

는 왈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다행히 왈자는 누명을 벗었지만, 옛날 서양에서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죽음을 면치 못했어요.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던 중세 시대의 교회에서는

성경의 가르침을 지킬 것을 강요했고, 이를 어기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

고 악마에게 홀린 자라 하여 모조리 처형했어요.

중세 시대에는 이렇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희생된 사람들이 많이 있었

어요.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 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처형되었답니다. 잔 다

르크가 나라를 구하고 영웅 대접을 받자 이를 시기한 무리들이 그녀를 모

함한 것이지요.

한번 마녀로 몰리면 아무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리고 마녀 재판에는 잔인한 고문이 뒤따르게 마련이었지요. 죄없는 사람

들은 악독한 고문에 못 이겨 자신이 마녀라고 자백을 하고 화형을 당했어

요. 오랜 세월에 거쳐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형되었으며 이런 일을

'마녀 재판' 혹은 '마녀 사냥'이라고 부르지요.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왈자가 도둑으로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Posted by 빈블랭크